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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이륙 Oct 01. 2023

<쓰라는 대본은 안 쓰고>

(6)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얼마 전, 프랜차이즈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친한 동생 H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 나 일 그만둘까? 언제 점장 될지도 모르겠고... 사람들도 질리고, 일이 나랑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요즘 머리가 아프네."


4~5년 전이었나? 영국 런던에서 만난 인연인 H는 원래 피아노를 전공했다.

당시 그녀는 평생 해오던 걸 그만두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보다, 새로운 분야에서 목표를 가지고

일하게 됐다는 기대감을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래? 뭐 하기 싫음 그만둘 수도 있지.

근데 점장 되는 게, 네 목표라고 하지 않았나?"

 

"응. 맞아. 근데 나도 벌써 서른이고. 점장 되기도

쉽지 않고..."


"풉."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언니? 왜 웃어?"


"아니, 너 아직 서른밖에 안 됐니?"


"아직이라니. 벌써 지. 언제 이렇게 늙었지?

서른 되니까, 예전처럼 막 용기가 선뜻 안 난다?"


"이야아! 서른 살! 대단하다! 네가  늙은 거면, 나는

지금 뭐 관뚜껑 덮고 누워있냐? 엉?"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됐고. 우선 킵고잉 해. 더 해보고 안 되면 그때 그만둬도 안 늦어. 어디서 봤는데, 성인 여자가 못하는 건

아동복 모델 밖에 없다더라. 우선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 자존심이 있지! 남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못 하는 게 말이 돼? 다 해보고 나서 아니다 싶음, 다른 길을 찾아도 충분하더라. 그리고 누가 웃을지는 끝에 남는 놈만 아는겨. 알지? “


그렇게 전화를 끊고 H에게 아래 구절을 보냈다.

아널드*는 이렇게 말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배우. 대표작 터미네이터 등)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
사라지지 마라. 그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볼 때까지 기다려라. 퇴장만 하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기어이, 본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번역 박선령, 정지현)


그녀가 멋진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길,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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