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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Nov 18. 2015

‘대안학교’가 아닌 ‘배움터’로

양평 슈타이너 학교 방문기

1. 여는 글 대안학교란 무엇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막연한 생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해도 진정 학생 개개인을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던지, 강압적으로 국가‧사회 이념에 의해 짜인 촘촘하지만 삶과 괴리된 죽은 앎뿐인 커리큘럼을 넘어서 진정 한 개인의 성장에 맞추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곳이라 생각한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대안학교에 대한 선입견    

 

그건 대안교육이 제도교육의 한계에서 탄생한 것이기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만 하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선입견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선입견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이 문제는 없는지, 사실과 다른 점은 무언지 면밀히 살펴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  깊은 산골에 있는 정겨운 학교, 어서 오세요~




대안학교라는 큰 틀에 묶기엔 수많은 스펙트럼을 지닌 대안학교    

 

다름이 축복이다. 다양한 색채가 수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고 색다름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르면서 같음을 강요하거나, 어느 한 위상에 권력이 집중될 때 문제가 생긴다. 맹목적으로 한 가치만을 추구하며 닮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대안학교 중에서도 그러한 곳이 꽤 많다. 극단적인 엘리트 교육, 영어 중심 교육을 하며 제도교육보다 더 극악한 형태의 교육을 하는 곳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교육의 형태도 워낙 다양하며 교육철학도 그만큼 다채로우니, ‘대안학교’라는 명칭만 보고선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여러 대안학교를 탐방하며 자신의 철학이 어떤지 생각해보려 할 게 아니라, 자신의 교육철학을 세운 상태에서 자신의 철학과 비슷한 대안학교를 둘러보며 마름질하는 게 좋을 듯하다. 바로 이러한 컨셉으로 찾아간 곳이 ‘슈타이너 학교’다.      




어떤 의문    

 

준규쌤은 루돌프 슈타이너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발도르프라는 담배공장 사장이 슈타이너에게 직원들의 교육을 맡겼다고 한다. 슈타이너가 교사양성을 하며 교육의 기초를 세웠기 때문에 ‘슈타이너학교’ 또는 ‘발도르프학교’라고 한다는 것이다. 

준규쌤은 슈타이너 학교가 지닌 ‘장애인도 이 학교에 다니면 정상인처럼 될 수 있다’는 말에 의문을 갖고 찾아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건 구렁이가 사람으로 ‘뿅!’하고 변하길 기대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의문을 던지셨다. “오이리트미나 수공예, 예술활동을 하건 선생님이 꼭 전문가여야만 하는가?” 그런 질문은 ‘어떤 완벽한 해답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끄는 것’이란 기존의 교육관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던진 질문이리라. 하지만 그런 교육관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어떤 결과점(어른이 정해놓은)에 빨리 이르게 하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목표점과 길은 다를 진데, 그런 것들은 무시되는 것이다. 이런 의문들이 샘솟는 가운데 슈타이너 학교를 찾아갔다.      






2. 양평 슈타이너 학교에 대해 알아보자   

  

깊은 산골로 굽이굽이 들어간다. 양평의 깊고 깊은 산골엔 이미 수많은 전원주택이 지어져 있었다. 도시 사람들은 귀농의 꿈을 펼치기 위해 저와 같은 흉물스런 광경을 연출했을 것이다. 도시근교에 살면서 도시적 혜택도 맛보며 시골의 한적한 기운도 느끼고픈 욕망의 극치를 보는 듯했다. 

슈타이너 학교는 그와 같이 이미 지어진 전원주택을 빌려 학교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쾌적한 환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학교건물이면서 삶의 터전인 학교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아이들이 손수 만들었다는 놀이터는 학교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부지 한 켠엔 그들이 강당으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도 설치되어 있다. 그곳에는 입학식을 한 흔적이 보인다.     


▲  학교는 나름 구색이 갖춰졌다. 건물도 아기자기하고 공간도 많아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




나에겐 너가너에겐 나가    

 

슈타이너 학교는 장애인학교라는 편견 같은 게 있다.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방식이 일반과 다르기 때문에 장애인이 많이 찾는 것이다. 그런 상황 탓에 준규쌤은 ‘장애인도 이 학교에만 다니면 비장애인과 같이 될 수 있나?’하는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표교사 안홍구 선생님은 그런 생각이 반대했다. 그 요지는 간단했다.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의 모습이, 비장애인에게도 장애인의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비장애인과 같아지기를 바라는 교육의 목표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불가능한 목표 때문에 장애를 가진 아이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자꾸 내면화하고, 또래 아이들 또한 그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기보다 도와주어야만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건 도움을 빙자한 왕따이며 통합을 빙자한 차별일 뿐이다. 그런 특수학급의 비교육적인 행태에 반발하며 이와 같은 명언을 하신 것이다. 

그렇기에 ‘구렁이’자체를 거부하거나 벗겨 버려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하셨다. 그 속에 가치가 살아 숨 쉬니 그게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거란다. 그렇기에 한 개인의 성장을 계속적으로 관찰하며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슈타이너 학교는 8년 담임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시선의 변화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한다   

  

또 한명의 대표교사인 김은영 선생님은 “아이에게 이미 가능성이 숨어 있는데 부모는 그걸 모르고 헛된 꿈을 좇느라 아이의 가능성을 보지 못합니다. 결국 부모의 시선이 바뀔 때 아이가 성장할 수 있으며 그 때의 성장은 폭발적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학생뿐만 아니라 부모의 시선을 바꾸기 위한 생활운동을 하려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엔 중요한 단서가 들어 있다. 아이들의 생활은 어찌 보면 부모와의 얽히고설킴으로 형성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학교에서 아이를 잘 지도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건 어찌 보면 박동섭 교수를 통해 들었던 강연의 내용과 흡사했다. ‘마리의 요리 만들기’를 그녀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 말이다. 그런 인식 전환이 교사든, 학생이든, 부모든 모두에게 있지 않으면, 성장하기보다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  안홍구 대표교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요한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교사의 힘이란 무엇인가? 

    

‘교사가 꼭 전문가여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이 떠나지 않았기에, “이 곳에 선생님으로 오려면 꼭 발도르프 교육을 받아야만 하나요?”라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좀 애매하다는 듯 “꼭 그렇진 않지만, 받고 오면 더 좋죠. 어쩌다보니 지금 있는 선생님들은 다 발도르프 교육을 받은 분들이세요. 그런데 이번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발도르프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분이거든요. 긍정적인 힘과 밝은 기운이 있어 모시게 되었습니다. 수습 기간을 거치며 하나씩 배워 가면 되니까요.”라고 말씀하셨다. 

교사는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존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 배우는 게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존재를 건 모험이 공부이기에 자신을 한걸음씩 성장시키기 위해 배울 뿐, 그걸 곧바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교사가 잘날수록 학생은 바보가 되어간다. 뭐든 알아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려 하기 때문에, 학생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르게 된다. 이 대화만으로는 슈타이너 학교에서의 교사관이 어떤 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깨우쳐 주는 존재로서의 교사인지, 학생의 가능성을 믿고 뒤에서 힘을 보태주는 존재로서의 교사(이타이 탈감이 말한 지휘자 같은 존재)인지 알 수 없었다.                          



▲  김은영 선생님이 곧 배석해서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있다면 듣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3. 닫는 글 방문 후기와 옥천냉면 후기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니 해는 서서히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깊은 산골에 위치한 양평 슈타이너 학교는 단재학교보다 6개월 정도 일찍 출범했다. 그렇기에 학교가 시작된 지 3년째가 된 것이다.                



▲  다양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학교의 성장은 교사진의 자리지킴으로부터 

    

그 시간동안 학교의 규모가 어느 정도 갖춰졌고 선생님들의 진영도 어느 정도 갖춰졌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아직도 어려운 편이지만, 선생님들 얼굴에선 자부심과 여유가 느껴졌다. 이건 현실에만 치우치지 않고 내면 깊숙한 곳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힘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캠프힐’이란 마을공동체를 조직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단다. 

처음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고 했던가? 그런 과정 속에 수많은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양평에 뿌리내린 슈타이너 학교의 앞날은 밝을 것이라 믿는다. 김은영 선생님 말처럼만 한다면, 어떠한 위기가 찾아와도 이곳에 뿌리내려 양평의 자랑이 될 것이다. 

교사진이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학교는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  어떤 여장부 같은 기개, 아니 섬세하지만 깊은 정감이 느껴진 김은영 선생님과의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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