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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ug 18. 2018

유르타 체험을 통해, 전통과의 연결점을 생각하다

2013년 6월 18일(화)

알마라산Alma-arasan에 올라가는 곳곳에선 파이프를 볼 수 있었다. 이 파이프는 호수에서 시작되어 알마티 시내까지 연결되어 알마티 시민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잊힌 풍경 속으로

     

호수는 사진에서만 보던 백두산의 천지를 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눈 덮힌 산과 유유히 요동치는 물결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어떤 화보집 사진에 꿀릴 것이 없었다. 어느 시의 한 구절처럼, ‘알지 못했구나몸이 그림 속에 있었다는 것을.不知身在畵圖中’이라고나 할까. 

호수를 둘러보고 조금 더 올라가니, 군인이 보인다. 여기는 키리기스스탄과 국경지대라고 한다. 이 산만 넘어가면 바로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섬’처럼 고립된 나라에 살다보니, 산 하나를 넘으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  한국에선 눈이 온다구 뒹굴진 않는다. 오염되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긴 맘껏 뒹굴었다.



거기서부터는 차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단지 고도가 높기 때문에 몸이 축 쳐진다는 것 빼고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눈을 보고 신나는지 눈싸움도 하고 눈에 눕기도 하고 심지어 먹기까지 하더라. 이곳의 눈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선물임을 아는 것이다. 눈은 맹맹한 맛이었지만, 전혀 텁텁하지 않았다. 10분 정도 걸어갔는데, 올라오지 않고 돌아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뒤돌아 내려와야 했다. 끝까지 오를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더 올라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바로 이런 산들을 넘어 다니며 중개상인들은 무역을 했을 것이다. 몇 해 전에 봤던 『차마고도』라는 프로에서 상인들이 나귀를 타고 아슬아슬한 절벽을 지나던 장면이 스쳤다.                



▲  차마고도를 다닌 거상들이 거닐었을 법한 이 길을 우리들이 걷는다.




전통가옥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을 고민하다

     

알마라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카자흐스탄 정통 천막 가옥인 유르타가 보인다. 난 여기가 캠핑장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찻집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곳에서 우린 크므즈kvmiz라는 말젖을 발효시킨 음료를 마셨다. 하얀 색의 액체는 얼핏 보면 막걸리 비슷하게 생겼다. 마셔보니 약간 시큼한 맛에 쓴 듯, 밋밋한 듯 도무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맛이 난다. 아이들의 태반은 마시지 않고 남겼는데 굴심쌤을 비롯한 카자흐 친구들은 맛있게 마시더라. 



▲  우리에겐 우유가 익숙하다면, 카작 친구들에겐 마유도 익숙한가 보더라. 잘 마시던데, 나도 한 모금씩 마셔본다.



우리가 크므즈를 마시는 동안 사켄은 돔브라를 연주해줬다. 돔브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켄을 보는 게 더 신기했다. 단재 친구들 중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고,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긴 돔브라를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돔브라를 가르친다는 이야기가 아닌,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전통을 중시한다는 얘기라 할 수 있다. 우린 개화기 당시 서기동도西器東道를 외친 이래 급속하게 서양, 특히 미국 중심으로 사회가 재편되면서 음악, 철학, 교과 과정의 편성, 언어 할 것 없이 우리 것보다 서양 것을 더 우월한 것으로 생각했고 그에 따라 서양중심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쌓아올렸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것은 낡고 천박한 것으로, 서양의 것은 신선하며 품위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먼저 배우는 악기는 가야금이나 단소가 아닌 피아노나 리코더가 된 것이다. 우리가 근대화 이후 우리의 것을 철저히 배격하며 민족성을 상실한 것과 달리 카작인들은 기마민족의 정체성을 상기하며 민족성을 유지한 것이다. 이 차이가 바로 오늘 이와 같은 모습으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다. 돔브라를 연주할 수 있는 학생과 전통 악기엔 문외한인 우리들의 차이. 



▲  분위기에 맞게 돔브라를 연주해주던 사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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