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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Apr 08. 2019

5박 6일 간의 지리산 종주를 마치다

2013년 11월 15일(금)

▲  다섯째 날 경로: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 ~ 중산리 탐방안내소



12시에 시작된 하산길이 4시 4분이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드디어 지리산을 헤맨 지 5일 만에 지리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고 애초 계획보다 하루 일찍 하산하게 된 것이다. 선발대는 무려 1시간 30분이나 우리를 기다려야만 했다.                




7명의 사람과 7개의 배낭을 싣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본 지리산의 단풍은 정말로 멋있었다. 마치 월요일에 화엄사에 가던 길이 떠올랐다. 그건 마치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아득한 시간들이 지나 끝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걷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은 끝과 맞닿아 있다. 끝을 걸으며 처음을 떠올리고 처음을 시작하며 끝을 그리는 것이다. 



▲ 배낭을 맨 6명의 동지들. 나란히 평지를 걸어 간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가 오려면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털보농원에선 버스를 타고 시천면에서 내려 장을 본 후에, 전화하면 데리러 온다는 거였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릴 것인지, 택시를 탈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그래서 택시 기사님에게 물어보니, 한 대당 30.000원 정도가 든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총 60.000원의 돈이 더 드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때 기사님이 결단을 한 듯, ‘그렇다면 한 대에 다 타는 것으로 하고 40.000원에 갑시다’라고 제안을 하시는 거다. 우린 그 말을 듣고 모두 황당해했다. 배낭이 없다면, 7명이 어떻게든 한 택시에 끼어 타는 것도 가능할진 모르지만 큰 배낭까지 싣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택시에 꾸역꾸역 타기 시작했다. 

트렁크에는 배낭이 4개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더라. 3개의 배낭을 안고 뒷좌석에 남학생 5명이 타야했다. 꾸역꾸역 타다 보니 어떻게든 탈 수 있더라. 남학생 5명이서 어쩔 수 없는 끈끈한 정을 과시하며 30분간을 달려야 했다. 명절이 되면 자동차에 사람 많이 타기 게임을 하는 걸 보긴 했었는데, 우리가 딱 그 모양새였다. 보통 때였으면 불만이 빗발칠 텐데, 이 날만큼의 우리의 축제이니만큼 모두가 넉넉하게 받아들였다.                



▲ 택시 한 대에 7명이 탔다. 기이하고도 재밌던 체험의 순간




성공리에 마친 우리들을 자축하며 만찬을

     

펜션에 도착해 6일 동안 씻지 못했던 몸을 따뜻한 물로 씻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 행복이란 늘 누릴 땐 느낄 수가 없다. 그건 당연한 것이지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누릴 때에야 비로소 그게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샤워를 마치고 장을 봤다. 목살 6근을 사고, 통닭 3마리를 튀겼으며 각종 먹을거리를 샀다. 7명이 먹기엔 엄청난 양이지만, 어차피 지금까지 MSG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며 고생한 것이기에 ‘배 터지게 먹자’는 심정으로 과하게 샀다. 

털보 아저씨는 특이하게도 삼겹살보다는 목살을 사야 한다고 하더니 목살을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잘라달라고 하더라. 털보 아저씨만의 고기에 대한 철학이 있었다. 삼겹살은 기름이 떨어져 숯이 타길 방해하기에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뿐더러 몸에 안 좋다고 하더라. 그에 반해 목살은 기름이 거의 떨어지지 않아 숯에 제대로 익어 고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상추는 승빈이와 현세가 함께 씻었고 민석이는 고기를 구웠으며 나머지는 식탁을 차리도록 했다. 5박 6일의 일정을 잘 끝마쳐서 기분도 한껏 업 되어 있고,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함께 곁들여 먹으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2013년 11월 15일의 밤은 그처럼 꿈같은 행복 속에 지나고 있었다.                



▲ 우리들의 자축연. 통닭도 바삭바삭 맛있고 민석이가 굽는 목살도 맛있다




지리산 종주를 위한 팁 

    

이로써 지리산 프로젝트는 마쳤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종주를 마친 소감이야, 이미 후기 곳곳에서 이야기했으니, 다시 재론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지리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 중에, 지리산을 종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종주하며 알았던 내용을 간추려서 공유하고자 한다.      

1. 대피소는 15일 전에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성수기엔 금방 매진될 수 있음.

2. 침낭을 가져가지 않을 경우, 대피소에서 모포를 빌려야 함(기본 2장, 한 장에 2.000원씩이 든다).

3. 노고단, 연하천, 세석, 장터목 대피소엔 충전을 할 수 있는 전원코드가 있음.

4. 세면이나 설거지가 금지되어 있으므로, 물티슈가 꼭 필요함. 

5. 동계엔 옷이 2벌 정도만 필요함(한 번은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 3벌 이상은 짐만 됨).

6. 어느 곳이든 전화가 되고 LTE가 됨. 그러니 조난에 대비하여 전화기는 지참하는 게 좋음. 



▲ 이날은 늦게까지 놀았고 다음날 일어나선 목살김치찌개를 해서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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