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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un 03. 2020

책을 정리하는 나날로 보낸 3~4월

20년 전반기 한문공부 스케치 1

늘 그랬듯이 3월이 밝아올 때 임고반 모집요강이 올라왔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작년엔 3월 7일에 짐을 빼야 한다고 했었는데 올핸 2월 27일까지 짐을 빼라고 해서 미리 나갔으니 더 일찍 모집할 줄 알았다.                



▲ 짐을 빼고 나갈 땐 만감이 교차한다. 아마 성공의 경험이 아닌 실패의 아픔이 누적된 탓이겠지.




임고반 일차 연기와 비슷한 것은 가짜다     


원래는 3월 16일(월)~20일(금)까지 신청기간이었고 나는 19일쯤 원서를 접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접수 기간이 보름 정도 늦춰져 4월 6일(월)~10일(금)까지 연기되었더라. 이로써 3월 한 달간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마치 학생에게 방학이라도 온 듯, 임고생에게 임용시험이 끝난 듯 한결 여유가 생겼으며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렇지만 시간을 내기 힘들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3월 23일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내용도 많을뿐더러 봐야 할 원문까지도 많다 보니 시간이 엄청나게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해야지’라고 마음만 먹고 있었던 것인데 임고반 입실이 늦춰지며 시간이 생겼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 순조롭게 진행하여 총 25장으로 이루어진 내용 중 17장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 불이 완전히 꺼진 진리관. 5층은 늘 불야성이었는데 코로나가 이런 풍경을 만들어냈다.




2차 연기와 연암을 읽는다     


‘그래도 임고반에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끝내야겠다’고 맘먹고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4일에 비보를 들어야만 했다. 또 임고반 입실이 늦춰진 것이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며 대구의 신천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였다. 

1차 연기가 되었을 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는데 이번의 연기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연기소식을 듣는 순간 ‘무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주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바로 발령을 받는 게 아닌 2학기에 발령을 받게 되는 상황과 같은 느낌이었다. 늘 ‘임용에 합격하더라도 한 학기 정도 텀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 그때만큼은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건 느끼지도 않고 하고 싶었던 여행읽고 싶었던 책만나고 싶었던 사람도 실컷 만나며 인생 2기를 준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처럼 한 달이란 시간이 주어짐에 따라 계속 하고 있었던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4월 7일까지 맹렬하게 정리를 하여 마칠 수 있었다. 15일간 이 책에 대한 정리를 시작하며 이렇게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하나를 마치고 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전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길이 다시 열리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정리벽整理癖은 그대로 이어져 『연암을 읽는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지원의 글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접근하기 쉬웠고 시작을 한 마당에 제대로 마침표까지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본문 파일이 없으니 타이핑을 쳐야만 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치는 건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겹치지 않는 내용을 위주로 타이핑을 4월 9일부터 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4일 동안 계속 되어 4월 12일에 끝이 났다. 그리고 이와 함께 진행한 것이 『과정록』 원문 작업이었다. 『연암을 읽는다』엔 『과정록』의 인용구가 많이 실려 있기 때문에 이 작업까지 병행해야만 했고 더욱이 번역원에도,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도 원문은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작업을 해야 했다. 

12일부터 『연암을 읽는다』의 ‘책 머리에’를 올리며 시작했다. 이 작업은 18일(토)에 마무리되었고 『과정록』 작업은 하루가 늦어진 19일에야 마무리되었다. 전체 내용을 하지 않고 『비슷한 것은 가짜다』란 책에서 빠진 내용들만 했기 때문인지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았고 일주일 정도 만에 끝났다.

그 다음에 이어진 작업은 『한시미학산책』이다. 이미 이 책은 작년 9월에 끝마쳤었다. 그런데도 다시 손을 대는 이유는 뭔가? 아쉽게도 소제목이 글마다 달리지 않아 보기에 좋지 않았으며, 한자가 나올 경우 독음을 달아야 읽기에 편하단 생각이 들어 그걸 수정하려 한 것이다. 그래도 이미 한 번 마친 것이기에 이런 내용만 덧붙이면 금방 끝날 수 있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4월 21일(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그렇게 만만한 작업은 아니더라. 더욱이 여기에 인용된 여러 시화의 내용들까지 원문을 찾아가며 정리를 하다보니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하던 중간에 갑자기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렸던 글에 대한 목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시화집도 올렸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봉유설』까지 올렸음에도 목차를 만들지 않아 활용이나 검색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단순반복 작업인 목차 만들기를 하며 4월을 마무리했다.  



                     



▲ 그래도 봄은 왔다고 학교에 벚꽃은 만개했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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