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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건수 Mar 25. 2020

때때로 하이쿠 <82>

2020년 3월 25일








 지기도 전에

 먹구름 몰려오네

 언제면 갤까




 해가 미처 다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먹구름이 몰려왔습니다.

 꽃은 이제 막 핀 것 같은데 곧이어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이곳 제주를 시작으로 내일부터 전국에 비가 내린다고 하니

 올해 꽃은 일찍 망가져버리게 생겼습니다.

 아니 어쩌면, 차라리 잘 된 일인 걸까요..


 어제는 오랜만에 책을 펴 들었습니다.

 40 평생을 집 없이 떠돌다 겨우 하룻밤 잠자리를 구한 시인의 글을 보면서도

 전 당장 집안으로 들어오는 밤바람이 차가워 창문을 소리 나게 닫았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에, 떠올려보았습니다.

 작년 3월의 밤도 이렇게나 추웠던가..


 언제면 갤까 싶어 일기 예보를 찾아보니

 예보는 기간별로 주간 예보, 월간 예보, 계절 예보가 있더군요.

 이 코로나에도 이런 예보가 있으면 좀 더 마음이 나아지려나..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해보다가,

 창문을 조금 열어 빗소리를 들어보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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