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년 2월 26일
바람 불어도
어찌 유유히 갈까
이 넓은 바단
제주는 어제오늘 거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하긴 바람 부는 제주는 하루 이틀도 아닌데 왜 그리 마음이 심란한지 모르겠습니다. 회사는 두 달 반 만에 재오픈을 하여 어제 오랜만에 손님맞이를 했습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반갑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무언가 마음은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래 쉬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아직은 알아차리지 못해서인지...
회사 옥상에서 먼바다를 바라보다가 며칠 전 오름 위에서 바라본 바다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들은 1/2배속 바다를 본 적이 있으신지요. 물론 '1/2배속 바다'는 제 마음대로 이름 붙인 것이긴 하지만, 바다에 이는 파도를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는 파도가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해변 바로 앞에서 보는 파도가 움직이는 속도에 비하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위에 파도는 정말 그 속도의 딱 반 정도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습니다. 그날도 바람은 무척 강하게 불어왔는데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참 유유하게 흘러가던 그 광경이, 오랜만에 찾은 회사 옥상 위에 서있던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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