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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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낮의 더위는 여전하지만, 밤에는 확실히 달라진 기온을 체감할 수 있는 요즈음입니다.
여름의 뜨거움과 가을의 서늘함이 교차하는 이 시기. '2018년 여름, 하이쿠 4연작'을 준비해보았습니다.
1. (6월18일)
서랍에 넣다
다시 꺼내어 입네
초여름의 밤
뜨거워진 한낮의 열기에 긴 옷을 서랍에 넣어 정리를 한 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밤이 되자 쌀쌀하더군요. 채 하루도 못가 다시 긴팔 옷 한 두개를 꺼내어 입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두 번 한 것도 아닐텐데도 전 여전히 이런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가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다시 긴팔을 꺼내야 할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2. (6월19일)
어느 틈엔가
내 방까지 따라온
신발 속 해초
'스트레칭-걷기-뛰기-스트레칭'의 패턴으로 운동하는 걸 즐겨합니다. 그렇지만 6월 중순에 이르러선 마무리 '스트레칭' 대신 바다 속에 풍덩. 하는 걸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 날도 운동을 하다가 어김없이 바다 속에 뛰어 들어갔고 젖은 몸 그대로 집에 돌아오던 날이었습니다. 현관에서 샌들을 벗는데 그 안에 해초가 들어가있더군요. 어쩌다 여기까지 따라왔지..? 하고 혼자서 웃음이 툭 터지던 날이었습니다.
3. (7월6일)
바닥엔 빗물
빗물 위엔 하늘이
칠월의 장마
올 여름 장마는 장마라고 부르기에 머쓱할 정도로 비가 오던 날이 적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대로 이 즈음 제주에선 며칠간 비가 내리긴 했었습니다.
마침 잠시 비가 그친 틈에 회사 옥상에 나왔었지요. 바닥엔 빗물이 흥건했고, 고인 빗물 위로 하늘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하늘에도 하늘이, 하늘 아래에도 하늘이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4. (7월23일)
부표를 잡고
한없이 바라보네
여름날 일몰
제주에 살다보니 바다에 들어가는 날엔 미리 물때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날은 마침 두 번째 만조가 일몰 시간대였습니다. 해가 넘어가기 약 한 시간 전부터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다가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바닷가에서 해넘이를 종종 보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기대처럼 해가 곧바로 바다 위로 떨어지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해무에 가려 바다가 아닌 구름 속으로 사라지지요. 그렇지만 이 날은 흔치않은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엔 구름까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기 마련입니다.
그저 바다 위에 떠있는 노란 플라스틱 통(부표)을 잡고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올해의 여름도 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특별기획은 올 가을이 저무는 시점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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