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말입니다. 글쓰기 툴이 불편하다거나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글을 올리는 '목적'이 불편했다는 겁니다. 처음 '냉동고 파먹기'를 시작할 땐 잘 못 느꼈는데, 하나 둘 브런치에도 글이 쌓이자 그 불편함은 답답한 마음으로 커지더군요. 그래, 어차피 냉동고도 슬슬 비워가겠다, 다시 바닥 쓸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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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둥지를 튼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저도 짧지 않은 시간, 참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 개중 몇몇은 제법 형태를 갖춰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마지막 마침표'를 받지 못한 채 곳간에서 잊혀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죠. 글의 운명이야 어떻든 간에, 글을 쓸 때마다 제가 변함없이 지키려 했던 원칙은 있습니다.
바로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자' 였죠.
읽기 시작하면 눈을 뗄 수 없는 글, 읽고 나면 뭔가 얻어가는 게 있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독자가 시간 낭비라고 여기지 않게 말입니다. 물론 실제로 제 글이 모두 그랬다는 건 아닙니다. 그랬으면 벌써 다른 일을 하고 있었겠죠. 하지만 글을 쓰면서 그런 최소한의 원칙은 지키려 했고, 그게 제 글에 '힘'을 부여한다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니, 시작한 '동기'부터 달랐습니다. 최근에 평생의 숙제로 여기던 내용을 원고로 엮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걸 책으로 내려하니 '투고'라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더군요. '너무 준비 없이 이 세계에 뛰어들었구나'라는 탄식과 함께, 어떻게든 장벽을 넘어보려 여기저기를 기웃거렸습니다. 자가 출판이네, 출판 기획서네, 살면서 한 번 들어보지도 못한 정보들을 배워가며 깨닫게 되더군요. 이제는 마케팅이 전제되지 않는 한, 책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요. 출판 시장이 '책을 읽으려는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이 아니라, '책을 내려는 다수'에 의해 유지되는 시장이란 걸 말입니다. 출판사도 하나의 회사인지라, 생존을 위해 '팔리는 책'을 선별할 수밖에 없겠더군요.
그래, 브런치를 시작한 겁니다. 팔로워가 많은 '그저 그런 책'은 시장에 나와도, 독방에서 쓰인 '얼어붙은 강을 쪼개는 도끼 같은 책'은 매대에 올라올 수 없다기에 말입니다. 제 원고가 후자는 아닐 테니, 당연히 전자의 방법론을 택했던 거죠. 어느 정도 이상의 팔로워가 확보되면, 제 책도 그걸 뒷배 삼아 시장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말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어긋남'이 생긴 거죠.
제게 있어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브런치에 남기는 글은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색이야 갖췄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여전히 다른 글을 팔아먹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했죠. 글이 향하는 대상과 글이 쓰인 목적이 다른 데서 오는 괴리감, 그로 인해 글에서 사라져 버린 생동감이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겁니다. '힘이 느껴지지 않는 글'을 보며, 내내 답답했던 겁니다.
게다가 구독자 좀 늘려보겠다고 남의 글을 기웃거릴 때는, 솔직히 자괴감까지 느껴지더군요. 물론 훌륭한 글을 가지신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글을 꾸역꾸역 읽다 보면 '아, 내가 하트 하나 받아보겠다고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 이 말입니다. 워낙에 '남을 뒤쫓지 않는 삶'을 자부심 삼아 살아왔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제 글처럼 '목적과 대상이 분리된 글', '다른 목적을 위해 쓰인 글'도 브런치라는 공간을 적잖이 차지하고 있더군요. 그걸 선별해 가며 읽으려니 그 자체도 스트레스였습니다. 이제는 눈도 나빠져 핸드폰으로 글 읽는 일은 웬만하면 피해야 하는데 말이죠.
좋아하는 일은 돈 내고 하는 거야. 싫어하니까 돈 받으며 하는 거고
물론 독자에게 도움도 되고, 궁극적으로 제 책을 내는데도 득이 되는 글을 쓰면 만사형통이겠습니다만, 불행히도 제게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 사람이 싫어 기계를 상대하는 업을 천직으로 삼은 제게, 그런 능수능란한 처세술이 있을리가요. 그래, 여전히 고민입니다. 어느 장단에 맞춰 놀아야 할지 말입니다. 평소의 신념 따라 '목적과 대상'이 일치하는 글만 가끔 올릴지, 마케팅 용도에 맞게 적당히 '어색한 웃음'만 지어 보여야 할지 말입니다. 친한 후배가 입에 달고 사는 저 말처럼, 돈을 받으려면 결국엔 '싫어하는 걸' 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팔리거나 말거나, '쓰바' 내 방식대로 돌파해야 할까요. 브런치엔 꽤나 큰 돗자리를 편 분도 많으시던데, 그분들은 어떤 생각이실까요. 혹 들으신 거 있으시면, 제게도 귀동냥 좀 해주십시오. '김어준' 흉내를 내며 살기엔, 큰 애 학원비에 허리가 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