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끝 5분의 3만큼 삐져나온 컵처럼,
집 현관에 한 짝만 뒤집어진 운동화처럼,
도마 위 자르다 말고 내려놓은 식칼처럼,
불편하다.
저 어긋난 경계선이.
가볍기라도 하면
은근슬쩍 돌려놓고 싶다.
저는 얼마나 불편하겠나.
팔 나오는 자리에 목을 끼워 넣은 기분,
노약자석에 앉아
멀뚱이 선 임산부를 바라보는 기분,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단 둘이 마주 앉은 기분,
단전에서부터 불편함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그런 기분 아니겠나.
기왕지사에 일 하는 거
조금만 더 섬세할 것이지.
선 하나 맞추는 게 뭐 그리 힘들다고
일해놓고 일 안 한 것처럼
일하고도 굳이 욕먹길 바라는 것처럼
어찌 저리도 무심했을까.
콧잔등을 찌푸리며 버스를 타려는데,
버스가 한참 늦는다.
아니, 출근 시간에 배차를 어찌했길래,
앞 뒤 차 간격이 이렇게 엉망일 수가.
불붙은 불편함이
재차 부글부글 끓는다.
아,
아,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어긋난 건 경계선이 아니구나.
불편한 건 맨홀이 아니구나.
나구나.
내 마음이구나.
'프로 불편러'라는 집사람의 핀잔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