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세우지 않은 새해
매년 한해를 감사히 마무리 하며 10대 뉴스, 올해의 책, 새해의 계획을 세웠다.
일년이 지나보면 헛된 결심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도 반복한 나의 이벤트
올해는 하지 않았다.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허리통증으로 삶이 불안하게 느낄때가 있었고
3년 전 했던 성격검사보다 더 심리적으로 정돈되긴 했지만 나의 자아는 더 힘을 잃었다.
올해는 단조로움의 극치였던 삶이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갈데가 없기도 했지만 충분히 그 단조로움을 즐겼다. 밤마다 반겨주는 별들이 너무 친근한 친구들이었고 사락사락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나 내어주는 모래바닥은 충분히 보드라웠다. 그 때 함께 한 정밀아의 음악. 정말이지 딱이다.
늦었지만 12월 소소살롱의 마지막 음악이 정밀아의 것이었고 산골에서도 그녀를 만나러 기꺼이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맞이했다. 다른 노래도 좋지만 정밀아의 어른이란 노래를 좋아한다. 이 노래에 비하면 난 아직 어른이 된 거 같지 않지만........ 버릇이 어디 가나 새해 계획이 갑자기! 구석에 박힌 기타를 다시 해볼까나!!!!
비 오던 어느 날에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마셨어
어머나,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어른이 된 것 같잖아
그 후로 이제 나는 빈 잔 하나로
쓰린 술도 마실 수 있고
짧지 않은 여행도 가방 한 개면
충분하게 되었어
한 벌의 외투로도 몇 년쯤은
불편 없이 잘 지내고
내 이름 석 자도 분명 말하고.
먼 곳도 혼자 잘 가고
어른이 되려면은 영화 몇 편쯤
찍는 건 줄 알았었는데
시간은 결코 멈추지를 않더니
나도 어른이라고 불리네.
정말로 나는 어른이 된 건가
진짜 이렇게 살면 되나
괜찮은 것 같기는 하여서 그냥
이대로 살아갈 마음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비가 내리니
손바닥만 한 부침개 하나
굽는다. 막걸리 안주 하려고
오늘은 그냥 안 마셔
마음이 이리저리 구르는 밤
기분이 좀 신기한 밤
아니 좀 이상하고 울적한 밤
또 한 장 넘기는 책장
마음이 이리저리 구르는 밤
기분이 좀 신기한 밤
아니 좀 이상하고 울적한 밤
또 한 장 넘기는 책장
또 한 잔 넘기는 술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