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24~70 렌즈
혼자 궁궐 답사를 다닐 때면 사진을 많이 찍습니다. 궁궐 공부를 시작한 이후부터 쭉 촬영해왔으니 데이타가 꽤 쌓였죠. 핸드폰으로 찍는 게 가장 편하지만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기도 합니다 크고 무거운 DSLR 카메라가 부담스럽긴 해도 핸드폰으로는 담기 어려운 풍경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쓰는 카메라를 갖고 궁궐 뿐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가파른 바위산을 오를 때도, 무서운 파도가 치는 해안가를 혼자 걸을 때도 품에 카메라를 안고 있었죠. 비싼 장비다보니 몸에 꼭 붙이고 다닌 건 당연한데요. 요즘 같은 한겨울에 길이 미끄러워 실수로 넘어질 때도 카메라 만큼은 다치지 않게 하려고 했어요. 혹시 이동 중에 차 안에서 피곤이 밀려올 때면 카메라 가방을 목에 칭칭두르고 잠이 들었고요. 사진 찍는 분들 모두 비슷한 경험 있을 거예요. 고가의 카메라와 렌즈를 아끼기 위한 분투! 또는 결국 패배로 끝난 웃픈 사연들!
그렇게 아껴 쓰던 카메라…….의 렌즈를 지난 가을 교체했습니다. ‘사고’가 아니라, ‘수명’이 다해서 말이죠. 창덕궁 후원 애련지를 한창 촬영하고 있는데 뭔가…’틱!’하는 소리와 함께 파인더가 보이지 않고, 촬영도 안 되더라고요. 급 당황! 급 AS센터 문의! 진단 결과 렌즈 조리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매우, 진심) 간절한 표정으로 ‘그래도 혹시 고칠 수는 없나요…?’라고 물으니 담당 직원은 웃으며, ‘방법이 없네요. 부품 재고도 없어요. 정품으로 하나 사시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답을 주시더라고요. 카메라 브랜드 홈페이지에 정품등록된 기록을 확인해보니 2011년 3월에 구입한 렌즈입니다. 아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 거죠. 캐논 카메라를 쓰는 분들은 모두 알 만한 렌즈, 많이 갖고 있을 렌즈입니다.
사진을 찍기 전 제가 본 세상의 넓이는 참 다양했습니다. 흙 바닥을 부지런히 기어가던 곤충에서부터, 남쪽 섬 언덕에 올라 바라본 바다까지 말이죠. 렌즈는 이 모두를 흡수해 동전 크기보다도 작은 파인더를 통해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주 작은 생명체부터 한눈에 담기도 어려운 대자연까지 렌즈로 당기고, 밀어내며 보다가 어느 순간 셔터를 눌렀습니다. 괜찮은 사진을 찍는 날엔 신이 나서는 수백 장을 촬영해 돌아오기도 했고,(대개 비슷한 사진들인데도!) 영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는 날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받은 학생처럼 혼자 서서는 고민하기도 했죠.(뜨거운 여름날 광장에 서서, 한겨울에 숲속에서 함박눈도 맞으며!)
물건을 오래 쓰는 성격이라 이 렌즈도 13년쯤 사용했습니다. 대체할 다른 물건이 없어 당연히 새 렌즈를 바로 구입했는데요. 그러고도 버리질 못하고 겨우내 제 책상 곁에 두고 있습니다. 언제 버릴지…버릴 수 있을지…잘 모르겠습니다. 렌즈가 저에게 보여준 마지막 세상을 기념으로 포스팅합니다.
<‘궁궐을 걷는 시간’ 소개>
문화유산교육 전문가. 숲해설가. 2024 궁중문화축전 ‘아침 궁을 깨우다’ 진행.
서울의 다섯 궁궐을 매달 특별한 주제를 정해 산책하는 프로그램 ‘궁궐을 걷는 시간’을 진행하며, 궁궐 산책과 우리 문화유산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뉴스레터 <궁궐에서 온 편지>를 발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재밌게 걷자! 경복궁⟫, ⟪재밌게 걷자! 창덕궁•창경궁⟫, ⟪재밌게 걷자! 덕수궁•경희궁⟫, ⟪궁궐 걷는 법⟫ 등이 있다.
※ 인스타그램 : @gungwalk
※ 뉴스레터 <궁궐에서 온 편지> 구독 : https://bit.ly/3xwQI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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