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운 언론고시 1. 지원동기를 쌓자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내가 피디를 꿈꿀 자격이 있을까?" 피디가 되고 싶긴 한데 두려운 사람이다. 스스로 동기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자신도 피디 업무를 왜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과연 이 어렵다는 시험을 통과할지 의문스럽다. 막연하게 피디를 꿈꾼 자신이 못나 보이기까지 한다. 심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나 피디 하고 싶어!" 무턱대고 덤비는 사람이 있다. 동기가 부족해도 일단 부딪혀 보겠단 마음이다.
한 언시생의 이야기_ 나 왜 피디 하고 싶은 거지?
나는 두려워하는 쪽이었다. 내가 처음 접한 공채는 SBS였다. 자소서 1번 문항은 '입사 지원동기를 작성해주세요'. 왜 하고 싶은지 정도는 평소에 생각해 뒀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쓰고 나니 내 지원동기는 정말 하찮았다. 지우고 고치고 뒤엎고 다시 쓰고. 며칠이 지났지만 깜빡이는 커서는 1번에서 넘어가지 않았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 정도로 피디 되겠다 말할 자격이 있는 건가. 끙끙 앓다가 결국, 서류 제출을 포기했다. 지원도 못 하고 시간은 버리고, 풀리지 않는 질문만 얻었다. 나 정말 왜 피디 하고 싶은 거지?
맞다. 멍청이다. 1년에 방송사 시험이 10개가 될까 말까인데, 그중에 하나를 포기해버렸으니. 필요한 공부는 다 제쳐두고 이거 왜 하고 싶은 거지? 고민만 했다. 질문에 완벽히 답하지 못하면 계속 찝찝할 거라 생각했다. 그 후로도 2개의 방송사 지원을 포기했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그다음부턴 어떻게든 자소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4연속 서류 탈락. 고민해서 꾸역꾸역 썼지만 '별로'라는 답을 받았다. 이런 아픔 때문일까. 나는 지금까지도 자소서가 제일 어렵다.
지금은 서류에서 떨어지진 않는다. 어떤 변화가 생긴 건가. 어떤 통찰력이 생긴 건가. 드디어! 지원동기를 찾은 건가. 아쉽게도 맨 처음과 지금의 지원동기는 바뀐 게 없다. 여전히 대단치 않다. 다만, 추가된 것이 있다. 내 경험과 그걸 재미있게 풀어내는 스토리. 쓰다 보니 알게 됐다. 하찮게 여겼던 동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동기를 설명할 사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서류 탈락하던 때로 돌아가 보자. 돌파구가 필요했다. 자소서 스터디에 들어갔다. KBS 지원 기간이었는데, 자소서를 돌려 읽고 피드백을 해주는 자리였다. 거기엔 나와 지원동기가 비슷한 사람의 자소서가 있었다. 이럴 수가. 술술 읽혔다. 이 사람의 진심이 느껴졌다. 같은 지원동기가 이렇게 다르게 쓰일 수 있나. 그의 글엔 자신만의 스토리가 촘촘하게 적혀 있었다. 내 자소서는 모두 추상적인 말들로 쓰였다. 멋진 말들과 그럴싸한 표현으로 채워졌다. 내 동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 수식어구를 마구 붙인 꼴. 정말 꼴사나운 수준이었다.
하찮은 동기는 없다. 그때 배웠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리의 행동엔 이유가 있지만, 그것이 항상 대단한 의미를 갖진 않는다. 지원동기도 비슷하다. 대단한 걸 찾을 필요가 없다. 거기에 너무 빠져버리면 자칫 거짓말을 쓰게 된다. 일명 자소설. 수식어구 범벅이 된 자소서를 쓸 수도 있다. 일명 자기 찬양 글. 신경은 다른 곳에 써야 한다. 지원자는 자소서로 평가자를 설득한다. 동기가 뭐든 상관없다만,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진정성'이 필요하다. 스토리와 경험은 그걸 높여주는 장치가 된다.
내가 배운 언론고시 1
지원동기를 쌓자
지원동기를 적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였죠. 제가 드릴 수 있는 팁은 '첫 질문에서 막혔다고 큰일 난 거 아니에요' 입니다. 언론고시 입문에 필요한 건 자신감입니다. 모든 시험이 그렇듯 될 것이다! 란 생각으로 시작하는 거죠. 풀리지 않는 고민으로 자신을 갉아먹으면 힘들어집니다. 사실, 지원동기는 한 번의 고민으로 나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완벽한 동기를 갖고 시작할까요. 물론, 찾아보면 있겠지만 전 못 봤습니다.
자소서 1번(지원동기)은 답이 정해져 있는 1번 문제가 아닙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내내 고민해야 할 '질문'입니다. 심지어 피디가 되어도, 은퇴할 때까지도 고민한다고 합니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질문은 인간이 세계에 탐구적으로 관계하는 원초적 행위라고 했습니다. 평생 탐구할 것에 정답을 찾으려 힘 빼지 마세요.
앞에 두 사람을 기억하시나요. 언론고시에 입문할 땐, 둘 중 후자의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지원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일단 시작해야 동기를 쌓을 기회도 얻는 거니까 말이죠. 부딪혀 보는 겁니다. 자소서를 쓰다 보면 볼품없던 동기가 차차 풍부해 질 겁니다. 경험과 스토리가 추가되면서 말이죠.
<동기를 쌓는 5가지 방법>
1. 그럴싸한 이유가 아니라 진짜 솔직한 동기를 찾아라.
단순해도 된다. 거짓 동기를 만들어 남을 설득하는 건 어렵다.
설득은 '멋짐'이 아니라 '진정성'이 하는 것이다.
2. 그 동기에 반문해봐라.
동기를 찾았다면, 질문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예컨대, 동기가 '누군가를 웃음 짓게 만들고 싶다'라면 꼭 피디만이 그걸 할 수 있는가 되묻는 것이다. '개그맨 하면 되잖아?' 스스로 묻고 그것에 답하면 동기가 풍부해진다. 개그맨과 피디의 차이점을 생각하고, 피디가 만드는 웃음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적는 식이다. 동기를 바꾸는 게 아니다. 질문을 통해 추가 설명과 사례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동기는 설득의 힘을 갖는다.
3. 많이 쓰고, 많이 지원해라.
고민을 많이 해도 답답할 때가 많다. 뜬구름 잡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은 추상적이기 마련이다. 글로 써야 비로소 가닥이 잡힌다. 많이 지원하면 자연스레 많이 쓰게 된다.
떨어져도 괜찮다. 지원을 통해 실전 연습도 되고 생각도 깊어진다. 결과는 없어도 발전이 있다.
4. 경험을 찾고 스토리로 풀어내라.
새로운 경험을 쌓는 방법도 있지만, 이전의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도 있다.
생각이 발전하면, 이전의 경험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걸 잡아내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이다.
5. 자소서 첨삭을 해라. (지원동기에 집중)
타인의 자소서를 많이 보면, 설득력 있는 동기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자소서 스터디를 하는 것이다. 나쁜 자소서를 읽으면 문제점을 찾으면 된다.
좋은 자소서를 읽으면 왜 좋은지 분석하면 된다.
*죄송합니다. 두 번째 글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변명하자면, 제시간에 올린 글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몇 안 되는 구독자이지만, 제겐 소중한 독자입니다. 그분들에게 별로인 글을 드릴 순 없었습니다. 연재 글을 올린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몰랐습니다. 웹툰 작가님들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론 미리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이지 오늘 제 속마음은 글 제목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