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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슨 사이?

by 하정

혜진은 신났다.

조만간 지인들과 속초 여행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자 넷에 남자 한 명.


남자가 운전하고 차 한 대로 1박 2일 다녀올 예정이다.


혜진과 남자는 유부녀, 유부남이고 나머지 여자 셋은 미혼이다.

그들의 나이대는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중반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여행은 그 남자가 제안했다.

다섯 명은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멤버로 가끔 밥을 먹고 차를 마신다.

그날도 이들은 카페에서 쓸데없는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남자가 말했다.


"우리 속초 여행 가는 거 어때요?"

"속초? 좋죠" 멤버 중 누군가가 말했다.

"어머. 나 요즘 속초 여행 가고 싶어서 맛집, 여행코스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또 다른 멤버가 말했다.

"팔레타시 아니에요?" 혜진이 말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사실 혜진이 하고 싶은 말은 "텔레파시" 였던 것이다.

다들 혜진 말에 웃음이 터지고

"이제 우리 그런 나이예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단어가 생각 안 나"

"그러니깐요"

다들 크게 소리 내며 웃는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와서 그런지 다들 허물없고 어느 정도 선까지는 농담도 허용해 준다.

혜진은 이런 사이가 너무 편하고 좋다.


누군가가 말한다.

"그러면 숙소는 2개 잡아야 되지 않아요? 남자분 있는데"

그러자 남자가 눈이 똥그래지며 말한다.

"난 괜찮은데. 잠 안 자고 밤새 수다 떨며 놀아야죠"

그러자 누군가 그런다.

"난 체력이 안 돼요. 밤 못 새요"

"그럼 남자분은 구석에 방 하나 주고 여자들 쓰면 되겠네요."

다들 웃음이 터진다.


남자는, 부인이 직장에서 일 년에 몇 번 이벤트로 숙소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며 신청해 보겠다고 했다.

"숙소 되면 너무 좋겠어요. 남자분은 운전하고 숙소 마련하니깐 식비나 주유비는 여자들이 1/n 해서 내요"

"좋아요"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날짜는 6월의 어느 금요일.

숙소가 되는 날로.


혜진은 남편에게 6월 속초 여행을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재밌겠네. 잘 다녀와"

혜진의 멤버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남편은 흔쾌히 허락을 했다.


사실 남자도 그렇고 혜진도 그렇고 유부남, 유부녀지만 말이 다소 많아 배우자들이 지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는다.

"잘 다녀와"

"그래. 잘 다녀올게"


혜진은 속초 여행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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