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 있는 요나를 깨우시는 하나님

by 하정

마음의 평안은 아주 중요하다. 예민한 나는 어떤 사건 하나만 생겨도 잠을 잘 못 잔다.

뇌와 심장이 활성화되어 계속 뛰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안 온다.

물론 그 정도로 각성될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말이다.


며칠 전 직장에서 어떤 일을 겪었다.

다수의 여러 사람이 소수인 나를 세워두고 자신들의 주장을 반강제적으로 몰아붙인 사건이다.

물론 내가 그들이었어도 동일하게 행동했겠지만(인간은 이기적이니깐)

나 역시 그들의 입장이었어도 그들과 같은 행동을 했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겠지

상황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어. 이렇게 해야 나도 편하니깐.


그렇다. 그렇기에 난 그들이 그렇게 밉지는 않다. 나 역시 다수의 입장에서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스스로 합리화한 적이 많으니깐 말이다.

어쨌든 그런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나니 어처구니도 없고 분노가 치미며 뒤통수 맞은 기분과 배신감 등 온갖 감정이 몰려들었다. 나 혼자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때 왜 이렇게 대응하지 못했지? 왜 이렇게 말을 못 했지? 등 자신에 대한 자책감 등 오만가지 감정이 올라왔다. 그러니 잠이 올리가 있나.


누구에게 딱히 말하기도 애매했다.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은 후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는 아들 학교 때문에 인근에 잠깐 살고 있다. 평소에 전화를 잘 받지 않는 언니가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언니 집에 가도 될까?"

"응. 집도 춥고 먹을 건 없지만 와"

언니는 밥을 차려주고 고등어를 구워 주었다. 언니는 꼭 엄마 같다. 딸아이가 거부하지 않았으면 난 아마 매일 퇴근 후 언니네 가서 저녁밥을 먹었으리라.


언니에게 오늘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냥 이 정도 말을 한 거 같다.

"언니. 나 직장 다니기 싫어. 돈이 많았으면 벌써 그만뒀을 거야. 그런데 직장 안 다녀도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다른 일자리를 찾았겠지? 그런데 이 나이에 내가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등등


다음날 아침 일찍 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출근하지 말고 나랑 놀래?"


언니는 내가 안 좋은 일이 있는걸 눈치챈 것 같다. 나 역시 출근 안 하고 언니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어쨌든 출근해서 해결할 일도 있고 해서

"언니. 일단 출근하고 이따 조퇴하면 연락할게"라고 했다.


하지만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서인지 두통도 심하고 출근할 심리상태도 아니었다. 아이를 등원시키며 출근여부를 고민하다 상사에게 전화해서 아파서 못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 오늘 병가 냈어."

"그래. 잘했어."


언니와 주말에 자주 가는 카페를 갔다. 그곳엔 내가 좋아하는 새우바질탁틴 빵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 오전에 혼자 가서 커피와 함께 먹는 빵이다. 언니와 자리를 잡고 빵을 먹으며 어제 사건에 대해 털어놨다. 언니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힘들었겠다. 인간이 다 그래. 등등"

언니는 나에게 어떤 조언보다는 내가 잘 회복하기를 바랐다. 그런 모습이 보였다. 동생이 힘들어하니 본인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그 모습만으로도 너무나 큰 위로가 됐다.


언니는 안과 진료를 받는다고 하여 나도 따라간 김에 안과 진료를 받았다. 요즘 기침이 멈추지 않아 근처 한의원에서 진료도 받았다. 점심이 됐고 언니와 밥집에 갔다. 언니는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나 진정제 얻으려고 정신과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라고 했다.

"언니 진정제 먹어? 그거 수면제 아니야?"

"아니야. 나 가끔 힘들 때 먹거든. 난 힘들 땐 약 도움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진짜 문제 있는 사람은 절대 병원 안가. 정신과 가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언니는 내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지 정신과 상담받고 약을 먹었으면 하는 눈치다.


밥을 먹고 좀 걷고 싶었다. 날씨는 좀 추웠지만 근처 공원길을 걸었다. 언니는 묵묵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30분 정도 걷다 보니 너무 추워 다시 인근 카페를 들어갔다.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지만 언니가 옆에서 나를 걱정해 주고 보듬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도움이 됐다. 엄마는 나이가 들고 멀리 있으니 가끔 근처 있는 언니가 엄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밥을 차려주고 이렇게 나를 걱정해 주고 옆에 있어줄 때 말이다. 이럴 땐 아이를 많이 나아 자매를 만들어준 부모님께 참 감사하다.


언니, 남편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상처를 회복했다. 가족이 있다는 건 참 축복인 것 같다.


어느 정도 마음을 회복하고 나니 마음에 힘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어찌 됐든 결국 내가 부딪히고 해결해야 될 일이야.'


다음날 출근 후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을 하나씩 해갔다. 상사에게 어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부당함을 따졌다.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내 입장에서는 해결된 문제도 있다.


갑작스러운 부당한 사건, 마음의 상처,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회복, 부당함에 대한 대응 등 폭풍 같은 며칠이 지나갔다.


항상 이런 사건을 만나면 결국 하나님을 찾게 된다. 인간의 도움은 한계가 있기에. 결국은 하나님을 찾게 된다.

"하나님.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해결해 주세요."


평소에 읽지도 않던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들었다. 이런 고난이 찾아와야나 말씀을 가까이한다.

매일 건성으로 하던 큐티를 집중해서 들었다. 오늘은 요나서 말씀이었다.


요나

1:5 사공들이 두려워하여 각각 자기의 신을 부르고 또 배를 가볍게 하려고 그 가운데 물건들을 바다에 던지니라. 그러나 요나는 배 밑층에 내려가서 누워 깊이 잠이 든지라.

1:6 선장이 그에게 가서 이르되 자는 자여 어찌함이냐 일어나서 네 하나님께 구하라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생각하사 망하지 아니하게 하시리라 하니라.


하나님이 명령하신 곳에 가기 싫어 반대로 가는 요나는 폭풍으로 배가 흔들리며 위험한 상황이 되어도 배 밑층에 잠들어 있다. 오히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선장이 그런 요나를 깨운다.


큐티를 하며 내가 요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는 다니지만 형식적으로 다니고 예배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설교가 시작되면 잠을 청하는 내 모습이 생각났다. 어쩌면 하나님은 이 사건을 통해 나를 깨우고 계신 것일 수도.


정신을 번쩍 차리고 다시 말씀을 읽고 설교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는 나를 이번 사건을 통해 잡으시는 것 같았다.

'하나님. 죄송해요. 다시 하나님께 집중할게요.'


글을 쓰다 보니 그 사건이 있었던 월요일부터가 폭풍이 몰아치는 배 위에 있었던 기분이 든다. 다행히 하나님은 주변에 돕는 이를 붙여 주셨다. 다시 돌이키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알고 좀 더 말씀에 집중해야겠다.

깨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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