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후 집에 가려는데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마트에 가고 싶어."
날씨도 춥고 바로 집에 가고 싶었지만 고집 센 아이라 마트로 향했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가는 길 내내 들떠 있었다. 달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더니 목이 말랐는지 물을 달란다. 어린이집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주었다. 아이는 물을 마시며 다다다다 달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넘어졌다. 물통은 아이 앞으로 굴러가다 멈췄다. 약간 내리막길이라 달리다 넘어진 듯하다.
원래도 아이들은 자주 넘어지니 그러려니 하고 천천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놀라서 달려가 아이를 안아 일으켰다. 그냥 봐서는 다친 곳이 없었다. 놀라서 우나보다 하고 안고 달래려는데 왼쪽 눈두덩이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저녁 6시 25분. 인근에 7시까지 하는 소아청소년과가 있었다. 평소에도 자주 가는 곳인데 6시 반까지 접수를 해야 해서 일단 전화를 걸었다. 급하게 방문 예정이라고 말하고 소아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솜으로 피를 닦더니
"이거 꿰매야 합니다."
"네?"
단순히 눈에 들어가도 되는 약만 바르면 되는지 알고 갔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지금 여기서는 못하고 좀 큰 병원 가셔야 해요."
의사 선생님은 인근 대형병원 몇 곳을 알려주시고 진료비도 받지 않으셨다. 나와서 의료계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언니가 말했다.
"요즘 큰 병원에서는 그런 작은 건은 안 해줘. 지금 응급실가도 해주는 거 없어. 내가 병원 알아봐 줄 테니깐 기다려봐. 다친 곳 사진 찍어서 보내고."
사진을 보내고 기다리니 다시 연락이 왔다.
"이수역에 얼굴 치료 전문 성형외과 있어. 내일 일찍 여기 가면 될 거야. 찢어진 건 24시간 안에 치료하면 돼. 의사 선생님이 보시고 꿰맬지 상처치료 밴드 붙일지 알려 주실 거야"
"응 정말 고마워."
다음날 아침 일찍 피곤함을 이겨내며 겨우 눈을 떴다. 8시부터 진료라 8시 전에 가고 싶었지만 몸이 영 따라주지 않았다. 9시 전에 가는 것을 목표로 일어나 준비를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8시 40분. 벌써 환자들 5명 정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얼굴에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새삼 놀라웠다.
아이 차례가 되고 침대에 눕자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상처를 보자마자
"꿰매야 합니다."라고 하셨다.
"꿰매도 어느 정도 흉터는 남습니다. 그래도 수술하면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기다리니 마취를 먼저 해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어리니 걱정이 되시는지
"아프면 울어도 돼."라며 상처부근에 주사를 놓으셨다. 4번 정도 찌르니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지금은 아픈데 이따 수술할 때 안 아플 거야."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아이는 놀랐는지 나한테 안기어 있었다.
얼마 있어 수술이 시작되니 오만 걱정이 다 됐다. 교회 지인들 단체창에 기도를 부탁했다. 기도한다는 응답이 올라오고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이후 여러 사람들이 진료실로 들어가고 의사 선생님도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 한참 후 차례가 됐다. 마스크와 머리캡을 착용하고 아이와 수술실로 들어갔다.
아이가 팔을 못 움직이도록 신생아 싸매듯이 천으로 싸매고 나는 팔을 잡고 있었다. 이후 수술 부위 주변머리에 테이프를 붙이고 얼굴에는 갈색 소독약을 발랐다. 아이는 차분히 가만히 있었다. 얼굴에 소독약을 바른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이 작은 수술을 하는데도 눈물이 나는데 더 크게 다친 상황에 처한 부모들은 어떤 심정일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아이 팔을 잡는데 집중했다. 수술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눈길은 아이 몸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곁눈으로 봐도 너무나 능숙하게 상처부위를 봉합했다. 아이는 울지 않고 차분히 누워 있었다.
"아이가 굉장히 차분하네요. 이런 아이를 본 적 없네요."
의사 선생님은 가만히 있는 아이를 칭찬했다. 다 꿰매자 아이에게
"정말 대단한데. 잘했어. 너보다 언니들도 많이 우는데 진짜 대단하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간호사선생님들도 잘했다며 나가면 비타민 골라가라고 했다.
수술이 끝난 후 얼굴에 묻은 소독약을 간호사분이 닦아주고 난 후 밖으로 나왔다.
아이는 비타민 갖고 가라는 말이 생각났는지 비타민 있는 곳에 가서 골랐다.
"엄마. 언니들도 못하는데 내가 했대."
"그래. 잘했어. 울지도 않고 잘 참았어. 대단하다. 우리 딸"
"그런데 안 아팠어? 울지도 않고."
"아팠는데 참았어."
다행히 주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 치료를 잘 끝냈다.
이 사건이 아니었음 평화롭게 지나갔을 하루였을텐데.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나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쁜 일도 왜 일어났는지 생각하지 않으며 겸손하게 삶을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