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오답은 있다.
사람의 행동을 가장 즉각적으로 끌어내려면 공포감이나 분노, 혐오감 등 부정적인 감정에 소구 하면 된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부정적인 소식은 긍정적인 소식보다 7배 더 빨리 퍼진다. 어렵사리 쌓아 올린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공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7배라는 수치도 너그럽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물학적인 본능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맹수가 나타나면 몸을 숨겨야 하고, 절벽을 만나면 즉각 반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긍정적인 감정은 당장의 생존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보다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은 많은 경우 긍정적인 감정을 압도한다.
어떠한 주장을 담은 콘텐츠를 대할 땐 이런 전제를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의 행동을 촉구하는 사람은 대개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한다. '이걸 하면 좋다'가 아니라 '이걸 하지 않으면 아주 큰일 난다'식으로 말해야 더 잘 팔린다. 사실 이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조금 더 비판적으로 메시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내가 싫어하는 책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대책 없이 위로하는 에세이와, 대뜸 협박하는 자기 계발 서적이다. 후자의 경우 앞서 말한 전략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이들은 대개 미래, 트렌드, 성공, 부자, 가난, 실패자 등의 워딩을 즐겨 사용한다. 사실 나 역시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퇴사를 하지 않으면, 독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계속 얘기하지 않았나?
다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바로 '융통성'에 있지 않나 싶다. 내 길에 대해 꽤나 확정적인 어조로 말하긴 하지만 동시에 다른 길도 충분히 긍정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았는가? 나 자신을 포함해 누구의 말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라고 덧붙이지 않았는가? 사실 확신과 맹신은 꽤나 미묘한 사이다. 둘의 차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숙고했는가'에 달려있다.
맹신에 빠지지 않기란 아주 힘든 일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발휘해야 하고, 순간적인 감정이나 충동에 휩쓸려서도 안되고, 매 순간 비판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애초에 이해하기에 너무나도 복잡한 존재도 있다. 그래서 보통 믿을만한 레퍼런스를 정해놓고 따르는 게 최선일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멘토나 전문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도 두 가지 전제를 마음속에 간직해야 한다. 하나, 저들도 틀릴 수 있다. 둘, 나는 저들과 다른 사람이다. 신념도, 취향도, 가치관도, 상황도, 능력도 다른 사람. 그래서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난 성공할 수 있다'라고 100번을 외쳐도 실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도 있다. 설령 저런 나름의 의식에 효과가 있다고 해도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마법주문은 없다.
그래서 소위 구루나 멘토로 불리는 이들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경계를 하곤 한다. '자전거 잘 타는 법' 같이 기술적인 영역은 공식이 정해져 있지만, '성공의 방정식'은 개개인에게 다른 값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방어적으로 대할 필요는 없다. 어느 사람에서건 배울 점은 있기 마련이다. 필요한 건 취하고 아니다 싶은 건 밀어내면 된다.
요즘 게리 바이너척이라는 사람의 저서를 읽고 있다. SNS 마케팅 분야에서는 꽤나 입지적인 인물이다. 나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대척점에 있긴 하지만, 같은 길을 지향하고 있어 관심이 생겼다. 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의 열정과 세상의 필요를 일치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행복을 위해선 DNA로 표현되는 천성에 따라 살아야 하고, 고도로 집중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찾아오지 않으며 인내심을 가지고 성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확신에 찬 그의 어조는 신뢰감만큼이나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정말 모든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애초에 성공이라는 과실은 모두에게 돌아갈 수 없기에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는가? 사실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이미 명확하다. 설령 명확한 길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도전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유튜브가 레드오션이라는 얘기가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시도하지 않는 수가 훨씬 많다. 블로그나 투자, 사업도 마찬가지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안정을 추구한다. 안정이란 사회에 이미 만연한 가치를 좇으며 얻어진다. 사실 주류를 따른다고 해서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매일같이 어지러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붙드는 한 가닥의 끈 같은 녀석이다. 이거라도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멀리 날아갈 것 같은, 그런 가벼움에 몸이 떨려서.
하지만 언젠가 손을 놓고 바람에 몸을 맡겨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생은 절대 확실할 수 없고, 안정성 속에도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나에겐 퇴사였다. 반대로 누군가에겐 회사에 나가는 자체가 하나의 큰 도전일 수 있겠다. 그래서 모두가 퇴사를 할 필요는 없다. 저마다 각자의 영역에서 맞이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양새가 영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누군가의 말에 조금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오답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