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드문 이유

Kkiri Kkiri is Science

by 신거니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는 슬슬 결혼을 생각하는 지인도 많고, 더 늦기 전에 연애를 시작하고 싶은 친구도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괜찮은 남자, 괜찮은 여자는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존재하긴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유니콘에 불과한 걸까. 그러다 문득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 그전에 괜찮은 사람이란 대체 뭘까?


'연인으로 괜찮은 사람이 많은 장소'라는 주제의 영상을 봤다. 서점, 헬스장 등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례가 쭉 나왔다. 마지막에 '내가 좋아하는 곳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한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자가 함의하는 건 '객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다. 지적인 사람,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다만 에세이 코너에 어슬렁거린다고 해서, 100kg 벤치 프레스를 한다고 해서 '주관적으로 괜찮은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사람은 소위 예술병 중증 환자일 수도 있고, 만사 제쳐두고 근성장만을 추구하는 인간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 있는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확률이 높다. 이는 작게는 취향의 문제지만 넓게 보면 '결'의 문제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결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이란 성격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성격이 상이하더라도 결이 맞으면 친구가 될 수 있다. 반면 성격이 비슷해도 결이 다르면 쉬이 친해지기 어렵다. 당장 주변 친구만 봐도 나와 같은 성격인 친구는 꽤나 드물다. 대신 결이 비슷한 친구는 많다. 굳이 말하자면 성향이나 가치관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괜찮은 사람이란 일차적으로는 결이 맞는 사람이다. (0차적으로는 이성적인 매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그리고 삶의 다양한 영역을 두루두루 잘 챙기며 사는 사람이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술만 먹으면 견공이 된다든지, 다른 다 좋은데 연인에게 스파링을 시전하는 인간을 보면 절로 멀리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 되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괜찮은 사람이 될수록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눈이 높아져서, 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주변에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이 드물어지기 때문이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에 괜찮은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 되는 순간, 내 주변에는 그 드문 사례만 남는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괜찮은 사람을 찾으려고 하니 보이질 않는다. 누가 봐도 괜찮은 사람은 이미 누군가 채갔거나 아니면 더 괜찮은 사람을 찾아 헤맨다.


물론 착각하면 안 된다. 자기 객관화가 안 되는 사람이 눈만 높은 경우도 있으니까. 예전에 '비전 있는 사람을 소개받고 싶다'는 분을 본 적이 있다. 진짜 비전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이는 저런 말을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괜찮은 사람을 소개받고 싶다면 "괜찮은 사람 소개해줘." 같은 소리를 하면 안 된다. 그만한 사람이라면 저런 낯간지러운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알아서 저런 분을 소개받을 수 있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산다면 그 자신이 괜찮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야 한다. "그런데 그곳에는 괜찮은 사람이 없는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경우다. 1) 정말로 사람 자체가 없는 곳이거나. 2) 아무리 뜯어봐도 건질만한 사람이 없는 곳이거나.


전자라면 그 장소와 관련한 모임이나 동호회 등에 참가하는 방법이 있다. 책을 좋아한다면 독서 모임에,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글쓰기 모임에, 달리기에 관심이 있다면 러닝 크루에 참여하면 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라도 혼자서만 즐기면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후자라면 자기 자신을 가꿀 필요가 있다. 외모 얘기가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다. 주변에 괜찮은 이가 한 명도 없다면 내가 그런 물에서 헤엄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런 물에서 헤엄치는 이유는 내가 그런 물고기여서다. 그렇다고 아무 물에나 얼굴을 들이민다고 되는 건 아니다. 괜찮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을 알아본다. 모르는 척 해도 다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에도 참 괜찮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오늘의 결론: 연락 주십쇼. 인서타 @gunnythe_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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