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적인 삶의 방식
소스라치게 놀랄만한 일들도 이제는 별거 아닌 듯 사람들 기억 속에 묻힌다. 경악을 금치 못할 일도 이제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더 자극적인 말들과 단어로 점철된 세상 속에서 일반적이기가 더 어려운 듯하다. 미간과 대뇌피질이 욱신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그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다시 핸드폰을 들면 더 소란스러운 일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듯하다.
최근 업무와 바쁜 일상으로 인해 한동안 글을 적지 못했다. 글을 적지 못한 가장 강력한 요인은 게으름이겠지만 한정된 나의 뇌와 활동 범위 속에서 진드감치 앉아 글을 위해 사색하고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고 떠올리는 것들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갖가지 벌어지는 소음으로 인해 나의 생활과 일상이 어지러워지고 지저분해지는 느낌.
주된 관심사를 논하며 거리를 가깝게 두던 후배에게 한 가지 가르침을 얻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자 가족, 그리고 그가 관심이었어하는 경제적 자유와 그 자유를 달성하기 위한 이런 저러한 행위들. 그것이 그에게 있어서 인생의 100%에 9할쯤 되는 듯했다. 나는 그 후배에게 일상적인 회사생활 속에서 갖가지 소음이 가득한 단체 활동에 가입하길 권유했었던 듯하다.
그 후배의 답변을 들었을 때. 나도 결국 나의 의도대로 자주적인 삶을 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수지 속에 갇혀 어딘지도 모를 방향대로 무리 지어 뻐끔거리기만 하는 그 잉어 떼처럼 주체력을 상실한 채로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 그리고 내 인생에 있어도 별 중요하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은 그런 일에 파묻혀 결국 내 시간과 삶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소음은 중독되는 듯하다. 그 중독이 심해지면 고요함과 적막함이 되려 평정심을 앗아간다. 안절부절못하고 심하게 다리를 떤다거나.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과 소음에 주는 그 중독 감에 몰입되는 것이다. 마치 조용하게 아무 일이 없으면 폭풍전야처럼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이 말이다. 그래서 자극적인 뉴스가 더 신경 쓰이고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들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나 보다.
소음은 의존적인 삶의 방식이다. 어떤 결과와 사건으로 인해 그다음에 벌어질 일련의 사건 혹은 결과를 위해 내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이다. 버튼을 눌러야만 응답하는 기계 물처럼, 어떤 조건과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그런 삶. 소음으로 인해 움직이고 소음으로 인해 사고하는 방식. 절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그런 사고방식.
내가 항상 갈망하는 주체적이고 평정심 가득한 삶과 다른 방향의 길이다. 소음에 중독된 금단증상에 처절하게 몸 부리치고 있는 나를 다시 바라본다. 소음에 중독된 만성 중독자의 속박된 삶을 청산할 때가 온 것 같다. 약간은 더 이기적이고 약간은 더 개인적 일 필요가 있다.
내가 인물일 필요가 없고 구태여 내가 그 모든 소음과 잡다한 사건에 휘말려 나를 구속할 필요가 없다.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말씀하시길 '우리 가운데 인물이 없는 것은. 그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에 너무 매몰된 것은 아닌가. 내가 그 인물일 필요가 있는가? 그래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