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사람들)
나는 두 곳에 글 올린다.
한 곳은 잘 살기 위한 희망의 글이 오가는 곳.
한 곳은 저마다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곳.
간극이 크다.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
왜 우리는 비슷한 수준에서 삶을 고민하며 살 수 없을까.
조금 다른 얘기지만.
15년 전쯤.
회사 선배가 한 얘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내가 아는 잘 사는 형님이 있는데, 그분은 어려운 애들은 도와주는데, 노인은 안 도와줘."
"왜요?"
"노인이 어려운 삶을 사는 건 자기 삶의 결과 값이야. 열심히 안 살아서 그렇게 된 걸 왜 도와주냐는 거지."
"그래요?"......
그때는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아프기 전이었으니까.
꿀리지 않는 직장에 다녔으니까.
지금은 부끄러운 생각임을 안다.
그분들 중엔 분명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뜻하지 않게 힘든 인생을 살아야 하는 좋은 분들도 많을 텐데.
노년에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간.
내가 선택하지 않은 환경의 소용돌이에 들어가 억울한 일도 많았고,
믿고 따라야 할 사람들이 엉망으로 살며, 잘못된 방향으로 나를 끌고 가려는 모습에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또 겉보기에 우스워진 내 삶의 모습을 진정한 속 모습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들의 수준에 따라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속은 깊고 깊게 멍들어, 빛이 없는 터널 속으로 깊이 처박혔다.
의욕 상실, 인생무상,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내 삶의 궤적을 살펴보고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 잘 나간다 해도 처박힐 수 있고, 지금 처박혀있다 해도 잘 나갈 수 있음을 알았고,
내 마음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처박힐 수 있고, 그저 환경이 좋아 걱정 없는 삶을 살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함부로 무시하거나 평가할 수 없고. 사려 깊게 배려하고 지켜보며 도와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뛰기 위해서는
MINOR(루키, 싱글 A, 더블 A, 트리플 A)의
고된 시간을 버텨야 한다.
'최소 4년에서 최대 10년'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선수들은 피와 땀을 흘리며 MAJOR로 올라가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MAJOR에 올라가는 선수는 몇 % 나 될까?
2019년 베이스볼아메리카(마이너리그 전문매체) 발표 자료에 따르면 1981~2010년 드래프트 지명자 중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선수는 17.6%라고 한다.
한 경기만 뛴 선수도 포함해서.
야구에 인생을 걸었지만 콜업에 실패해서 다른 일을 찾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선수들에게 겉모습만 보고 평가함을 즐기는 사람들은 분명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실패한 인생"....... 쯧쯔.......
함부로 말이다.
하지만 심한 고생을 통해 MAJOR에 안착한 선수들은 MINOR 선수들에 밥 사고, 용돈 주고, 노하우 전수하는 등의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심지어 MINOR에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하는 후배와 가족을 위해 큰돈을 기부하기도 한다.
너무 힘들어 봤기에,
그들의 노력을 알기에,
속 모습으로 다가가 어떻게든 도움을 주며
메시지를 전한다.
"같이 살자고"
나는 아직 MINOR에 있다.
이제 MAJOR에 올라가야 하지만, 운 좋게 MINOR를 벗어난다 해도 교만할 수는 없다.
내가 잘난 것이 없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래서 MAJOR에 간다 해도 MINOR에 머물러 힘든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마 10:8)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부여받은 달란트로 MINOR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맡아 배려함은 어떨까.
인간끼리 이겨먹고, 무시하고, 외면하며 개인의 욕구, 욕심만을 위해 살다가 다가올 죽음 앞에 떳떳할 수 있을까.
삶의 기회가 남아 있을 때
'서로 사랑하라'를 실천하기 위한 인생.
인간의 품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떠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유한한 인생을 유의미한 가치의 기록으로 채워감이 아닐까.
그분의 뜻에 합당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Never ever give up.
God bless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