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주차가 박람회를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박람회 1일차 후반에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우리 부스는 다른 소규모 참가기업 부스에 비해 경품이 후한 편이었다.
대개는 줄자, 볼펜 같은 작은 것들이었지만 그 중에는 스마트 체중계와 도시락 같은 좋은 고가의 경품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있어도 홍보가 되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가지 솔루션을 고안했다.
바로 부스 데스크 앞에 경품을 쌓아놓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체중계를 쌓아놓고 옆에 불펜과 같은 작은 경품을 배치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경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이를 기회삼아 우리의 앱을 홍보했다.
덕분에 1일차 후반에 사람을 꽤 모을 수 있었다.
2일차에도 이 기조는 유지되었다.
부스 운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우리 부스를 방문했다.
대개 경품 자체를 노리고 온 분들이었지만 어쨌거나 우리 앱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앱을 다운로드 시키고 홍보했다.
전날에 비해 더욱 많은 인파가 모여 줄을 세우고 대기를 시킬 정도로 부스는 인산인해였다.
뒤 테이블에서 업무를 보시는 대표님이 흐뭇해하시는 모습을 보여 안도감이 들었다.
알바생과 나, 그리고 팀장님이 돌아가면서 가장 힘든 앱 시연을 했고 다같이 힘든 와중에 배려하며 부스 운영을 마무리 했다.
총 240명 가량이 방문했고 유의미한 앱 다운로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앱 다운로드 수 보다 값진 것이 따로 있었다.
해당 박람회는 기관이 많이 참여했는데 기관 관계자분들이 우리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주된 주제는 본인들 서비스에 우리 서비스를 통합하거나 연관지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충분한 지식이 없는 나는 대표님이나 팀장님께 이분들을 토스했다.
해당 관계자 분들은 우리 앱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쌓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대표님은 반갑게 그분들을 맞이하셨고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신 것 같았다.
2일차 부스 운영이 종료되고 먼저 복귀하시는 팀장님과 저녁을 먹었다.
갈비탕에 소주 각 2병을 혼냈는데 국물 리필에 안주 반찬까지 건네주시는 광주 어머니들의 혜자로움에 눈물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맛있다고 너무 잘 먹어서 뿌듯해하시는 모습이 서울에서는 잘 보지 못하는 광경이라 정겹고 좋았다.
숙소에 도착해 쉬다가 튀김이 먹고싶어 상추튀김집을 찾았으나 카드 결제가 안되 방문하지 못하고 닭강정을 포장했다. 확실히 같은 가격이라도 양이 꽤 차이가 났다.
마지막날은 정말 힘겨웠다.
박람회 홍보용인지, 기아 타이거즈 우승 기념인지, 둘 다 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의 싸인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그래서 오전부터 싸인회 목적으로 온 분들이 많아 보였다.
마지막날은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대표님의 예상과 달리 방문객이 많았다.
우리 부스는 알바생과 나 둘 뿐이었고, 둘 다 이틀동안 목을 혹사해 목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그래서 법카로 목에 좋은 건 다 사가지고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열심히 부스를 운영했다.
종종 기관분들이 방문하셨는데 대표님도, 팀장님도 안계시는 상황에서 혼자 응대하기가 쉽지는 않아 따로 명함을 받고 대표님께 전달을 드렸다.
꽤 적응했다 싶었는데 여전히 양복입은 기관분들은 응대가 쉽지 않았다.
기아 타이거즈 선수 싸인회는 박람회 종료 2시간 전부터 시작되었고, 방문객이 모두 그곳에 모여있어 부스 운영을 쉬고 알바분도 잠시 구경 다녀오시라고 했다.
박람회 정상 종료 시간은 17시였으나 이후 시상식 등 추가 행사로 인해 다들 1시간 전부터 운영을 종료하고 부스를 정리하고 있어 우리도 기쁜 마음으로 정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차마 알바분에서 이 일까지 맡길 수는 없어서 간단하게 정리만 부탁하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홀로 부스 정리를 하고, 차가 막혀 늦은 광주 개발팀이 짐을 가져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
역 앞에 국밥 골목이라고 부를 정도로 길게 국밥집들이 늘어져 있었고 그 중 한곳을 들어갔다.
국밥 하나를 시켰는데 돼지 부속에 갖가지 반찬에 돌솥밥까지 마지막까지 광주의 혜자로움을 느끼며 눈물젖을 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으로 기차에 올라타 서울로 복귀했다.
입사 2주만에,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컨텐츠를 만들고 부스 운영을 하는 것은 나에게 꽤나 도전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덕분에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금방 높아졌다.
방문객들에게 앱을 시연하며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간이 유저 리서치를 잔행할 수 있었고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리고 업무에 복귀해 빠른 시간내에 여러 문제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잊지 못할 시간이었고 나중에 내 커리어를 뒤돌아봤을 때 의미있는 시간으로 남기기 위해 이 경험을 잘 살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