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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건 Nov 11. 2017

8. 조리-교육자의 길

분명 다른 길은 있다.

 화센터에서 조리기능사 수업을 수강하는 동안 선생님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 다른 수강생도 꽤 있었지만, 모두가 40대 이상이었 때문인지 선생님께서는 내게 먼저 제안하셨다. 남들보다 일찍 와서 재료를 나눠줬, 내가 듣는 수업이 마지막 시간대였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정리를 도왔다. 그러면서 칼질 한 번이라도 더 할 기회가 자연스레 생겼고, 보조 역할의 보수로 이전 시각 수업에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군에 입대한 시기가 애매했던 터라, 복학하는 시점도 애매했다. 마지막 정기휴가에는 이미 3월 초, 학교에 다니다가 다시 복귀하여 전역하고 나왔다. 전역하기도 전에 복학을 하는 바람에 2학년 1학기의 3월은 정신이 없었다.
 
 그해에 새로 채용되어 오셔서 비슷한 처지라 느껴지는 새 교수님이 계셨다. 강의를 듣고, 사소한 것들을 도와드리며 조금씩 가까워져서 어느 순간에는 교수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것이 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교수님이 대학평생교육원의 요리강좌를 맡게 됐다. 연구실에 자주 드나들던 내게 조교 역할을 제안하셨고 언젠가처럼 무보수로 일주일에 하루 일했다.


 저녁에 이루어지던  강좌가 끝날 무렵에 실습 음식을 수강생들과 함께 먹을 수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나, 저녁거리  돈을 굳힐 수 있었 때문에, 그리고 함께 조교 역할을 한 친구와 함께였기 때문에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  


  강좌 수강생분들 역시 연세라 표현해야 할 정도로 대체로 나이가 있으셨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다들 잘 따라오셨고, 시연이 끝난 후 개인별로 실습시간이 되면 도와드리기도 하고 질문하시는 것에 대답해드리기도 했다.

 메뉴는 교수님께서 먼저 시연하시기도 하고 강의시간에 실습하며 배운 게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알려주는 것 전혀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때쯤 생각했다. 교육자의 길도 아주 흥미로울 것 같다고.




 교육자가 되는 것이 아주 꿈같은 일은 아니었다. 교육학과가 있는 4년제 전공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교직과정이 있는 전공은 교직과정 이수를 통해 학교 교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내 전공 역시  과정으로 조리교사가 될 수 있었다. 다만, 교직과정 이수하기 위해서는 2학년까지의 성적이 학과 내 최상위권이어야 했다. 


 입학을 하고 한  채 안  지방 대학교의 한계를 맛보고 피해의식을 갖게 된 나는,  학기라도 장학금을 놓치면 자퇴하리라 생각했다.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인지 기말고사 때부터는 상위권 성적의 동기들이 견제하는 정도의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성적이 좋았지만 2학년부터는 성적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원해 여러 활동을 했기 때문에 많이는 아니더라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교직이수를 목표로 설정했다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적성에만 맞는다면 조리학도가 요리학원 강사가 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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