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만들지만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에 대하여
'덮고 그 위에 다시 얹고 또다시'
아이유의 노래 <잼잼> 中
생산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어쨌든 착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그림을 전혀 못 그려도 된다.
AI를 붙잡고 씨름하다보면 그림 정도는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무한생산 사회는 단순히 양산하는 사회가 아니다.
무한생산 사회는 쉽게 많이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복잡하다.
1) 일단 너무 많다. 그래서 고르는 것부터가 일이다.
각종 지원제도를 정리한 매뉴얼을 정리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매뉴얼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매뉴얼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2) 단순히 많기만 한 것이 아니다. 고려도 해야한다.
각종 안전기준, 환경, 효율, 보안, 건강 등등.
모든 요소들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지우개 하나 만드는 것도 예전과 다를 것이다.
3) 그냥 되니까 넣다보면 잡탕이 된다.
결국 원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필요한 기능을 다 넣어서 탄생한 키오스크 같다.
모든 것이 다 모여있지만 목적은 이루기 어렵다.
2. '일단 착수' 멈춰
이 글은 시행착오, 인간의 위대한 도전, 창의적 시도
같은 것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화성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
에서 시작했을 수도 있다. 위대한 결과는 사소한
도전에서 시작하곤 한다.
말하고 싶은 점은 '일단 착수하는 태도'를 바라보는
환경과 조건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생산된 사회 위에
터를 잡고 있다. 무언가를 하려면, 무언가를 만들려면,
고려해야할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아졌다.
쉽게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는데 동시에 복잡하다.
버튼 하나 누르면 뭐든 배달이 되는 사회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는 것이 하는지는 복잡하다.
클릭 한번이면 집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그 대출이 나오게 됐는지는 모른다.
이러한 복잡한 사회에서는 일단 착수보다는 수선하고
장기적으로 보고, 기획하고 조율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만 팔고 있다면 생각할 것도 없다.
그러나 파는 것이 무한히 늘어나는 사회라면 결국
무엇이 필요한지, 그 적절성을 고민해볼 수 밖에 없다.
일도 마찬가지다. 못할 것 없다.
일단 디자인을 할 수 있고 일단 행사를 꾸며낼 수 있다.
하루만 있으면 무대 세트는 뚝딱 지어진다.
그렇게 전국에 똑같은 행사와 공원이 생겨난다. 이렇게
못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착수'는 위험하다.
결국 시간의 많은 부분을 '적절성에 대한 고민'에
할애할 수 밖에 없다.
당당하게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행동하는 것이 어딘가
멋있어보이긴 한다. 개척자 같기도 하다.
반면 하나하나 보고 조율하며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것은 별로 멋이 없다.
그러나 좌식생활에 운동이 필수적이듯 환경과 조건이
바뀌었다. 조금씩 조절하고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나가며 나아가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풍요로운 양산 위에 쌓인 수많은 조건과 제약 속에서
무작정 착수하는 용기보다, 수리·조율·기획·적절성
같은 ‘섬세한 판단과 조정’이 조금 더 필요해지고 있다.
(직접 인용 아님)
인간의 몸은 매끄러운 진화의 흐름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마치 리모델링을 거듭한 건물과 같다. 예전에 필요했던 것이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축적된다. 우리의 몸은 사실 일단 축적된 것 위에 서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침착맨 유튜브 중>
https://youtube.com/shorts/VMgPkpTPB7c?si=LBdg_EFW_t4SLCuy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에 피로하고 엄두가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