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긴 그물에 걸리다

영화 - 알폰소 쿠아론 <로마>

by 장현석

처음 올리는 글이라면, 이 영화여야지 싶었다.


성긴 그물에 걸릴 때면 내가 걸렸다는 사실보다 그물의 만듦새에 먼저 놀란다. 영화 <로마>는 확고한 믿음으로 낡고 헤진 그물을 던지는 모양새를 닮았다. 압도하겠다는 야심보다, 너끈한 관조와 애정으로 사람을 낚는 어부다. 엔딩 시퀀스를 자각할 즈음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이야기에 젖은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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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롱테이크. 여자는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이 파도에 휩쓸릴까, 수영도 못하는 몸을 가누며 물살을 헤치고 아이들을 향해 나아간다. 삶의 무게로 엄마가 되지 못한 그이지만 파도에 맞서는 육체에서 새 나오는 파토스는 모성의 그것이다. 뭍으로 돌아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족을 부둥켜안는 여자는 굳세게 살아온 날들의 존엄을 닮았다. 어떤 고결함은 가장 낮은 곳에 깃든다.


삶에 감사하게 만들면서도 막연한 희망을 부추기지 않는 그물질이 황홀하다. 그저 영화적인 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 아, 걸려도 단단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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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