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칸수트라 호커센터
호커센터는 싱가포르의 개방형 푸드 코트입니다. 호커센터에서 만난 싱가포르를 글로 남깁니다.
#01-15, 8 Raffles Ave, 039802
다섯 달 남짓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싱가포리언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런 나와 달리 많은 이들에게 싱가포르는 관광지다. 볼거리와 치안 덕분에 싱가포르는 관광에 최적화된 나라로 꼽힌다. 우리나라로부터의 거리를 고려했을 때 3박 4일로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의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여행의 재미에는 언제나 볼거리와 먹거리가 빠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마리나 베이 샌즈(MBS)를 꼽고, 먹거리로 크랩 요리를 떠올린다. MBS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고급 호텔로 내부에 쇼핑센터, 카지노 등을 갖추고 있다. MBS 최고층에 위치한 수영장은 싱가포르 야경을 구경하며 휴양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크랩 요리로는 칠리 크랩, 삼발 크랩 등이 유명한데, 동남아시아 스타일의 크랩 요리는 늘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서울 사람에게 워커힐에 놀러 가고 갈비찜을 먹는 게 일상이 아니듯, MBS에 놀러 가고 칠리크랩을 먹는 것 역시 싱가포리언의 일상은 아니다. MBS나 크랩 요리나, 분명 어느 정도 관광객을 염두에 둔 상품들이다. MBS에 가면 들뜬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칠리 크랩 가게에선 넘쳐나는 한국인들을 마주치기도 한다.
짧게 싱가포르를 여행한다면, 계획에 MBS와 크랩 요리가 포함되어있다면 마칸수트라 호커센터는 최고의 선택이다. 우선 마칸수트라 호커센터는 에스플레네이드 역 바로 옆에 있어 찾아가기 편하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는 바닷바람을 쐬고, MBS를 구경하며 식사할 수 있다. 마칸수트라 호커센터에서의 식사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한 번에 즐기는 싱가포르 관광의 백미다. 시원한 밤, 야경을 바라보며 열심히 크랩을 깨 먹는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마칸수트라 호커센터의 10개 남짓한 스톨들 중 크랩 요리를 파는 스톨은 단 한 곳이다. 이곳에서 다들 크랩만 먹을 것 같지만 여러 테이블들에선 다양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어쨌거나 관광객이니 관광객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야경도 감상하고 크랩 요리도 먹기 위해 Redhill이라는 스톨을 찾았다. 가판대 앞엔 음식 모형과 함께 가격이 적혀있다. 혼자 와도 여럿이 와도 먹을 수 있게 크랩의 크기와 가격이 다양하다.
칠리 크랩만 먹기엔 분명 음식이 달다. 이때 칠리 크랩과 나시 고렝(볶음밥)을 함께 먹으면 그 어울림이 훌륭하다. 달콤함과 고소함이 균형을 이룬달까, 밥 한 술 크랩 한 술 쉬지 않고 숟가락이 오간다. 자린고비 이야기처럼 한 숟갈 뜨고 MBS를 뒤로한 야경을 한 번 바라보면, 여유로움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크랩 요리는 점잖게 먹기 어려운 요리다. 핸드폰으로 중요한 연락을 하고 있었다면 잠시 미루어야 한다. 게 맛에 빠져 사정없이 딱지를 부수다 보면 손에 소스가 묻는 걸 피할 수 없다.
누구든 손이 모자를 정도로 열심히 게를 발랐다면, 어느새 빈 게딱지를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칠리 크랩의 달달한 소스와 시원한 맥주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에 배도 부르고 취기마저 오르면, 집에 가기 싫어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