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밤이 찾아오면,
밖이 어두워지고 어느새 창문의 빛이 하나둘 사라질 무렵, 저는 답답한 숨을 들이마시게 됩니다. 과거에 내가 했던 실수를 곱씹고, 그 실수로 인해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를 두려워하죠. 아주 작은 실수도 스스로에겐 엄격한 잣대를 내밀어 끊임없이 자책하며 새벽을 지새웠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 모든 불을 끄고 휴대폰도 내려놓고 눈을 감았지만 생각은 곱게 잠을 자게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은 결국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만들고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 들어 나의 현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이의 현실로 도피해 버립니다.
새벽 7시 30분에 맞춰둔 알람과 그 위에 새벽 3시를 가리키는 시간을 보니 또다시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제 4시간 30분 잘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그러나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습니다. 이전의 과거와 불안한 미래가 감은 눈 너머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또다시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이들의 영상을 계속 내려보다 보면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끝없이 도피해 가던 중, 진부한 얘기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오늘을 살아"
사실 딱히 충격이 있다거나 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자기 계발서나 명언집 같은 것을 읽을 때면 항상 나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왜인지 그날은 진부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간단하면서도 단순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아무 생각 없이 잠을 자고 싶었고 잠을 자는 순간마저 불안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을, 더 정확히는 지금 이 순간순간을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우웅 거리는 냉장고 소리, 벽지 냄새, 어두운 천장, 빛나는 창문, 부드러운 베개, 어디선가 들리는 드라이기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1초가 지날 때마다 저는 느껴지는 것, 보이는 것, 들리는 것들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순간순간을 살았습니다. 단어가 반복되어도 좋고, 같은 문장이어도 괜찮았습니다. 그저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 내가 느끼고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제 머릿속엔 그날 새벽 3시가 넘어가는 순간들로 가득 찼고, 어느 순간엔 잠들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 순간에 느껴지고 보이는 것들에 집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과거와 미래에서 아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