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 후에 밀려오는 죄책감과 후회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나는 어릴 적부터 몸에 좋다는 건 뭐든 잘 먹었다.
나물, 김치부터 쓴 한약, 인삼 달인 물도 마다하지 않고 잘 먹어서 어른들이 좋아했다.
맛있어서 먹었다기보다 몸에 좋다니까 먹은 거였다.
대학생일 때는 웨이트 운동에 빠져서 몇 년간 거의 매일 같은 음식을 먹었다.
어느샌가부터 내 마음속에 건강이라는 단어는 떠나지 않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건강 유튜브 영상, 장수관련된 책을 읽으며 건강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유기농 식품이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도 직구로 찾아서 먹었고,
한떄는 영양제에 빠져서 온갖 종류의 영양제를 다 사기도 했었다.
과자나 당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지속되는 야근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기에는
나의 자기 의지력, 통제력은 나약했다.
스트레스받거나, 잠을 많이 못 자거나 하면
잘 지켜오던 건강 루틴이 깨지기 일쑤였다. 건강루틴을 지키는 사람이란 말이 무색하게
달달한 간식을 미친 듯이 흡입한다.
밀려오는 죄책감과 후회, 반성 후 다시 건강루틴을 이어간다.
이것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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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스타트업 도전에 실패하고,
'나’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는가?”
“무엇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가?”
그런데, 나는 취미도 없었고 맨날 늦게 퇴근하고 특별히 소비도 안 했기에
어떤 문제점이나 불편함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가 말했다.
“평소엔 자기 몸 엄청 챙기다가도 한 번 터지면 끝도 없이 먹어.”
평소 같으면 그냥 웃고 넘길 말이었지만, 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동안 나는 가끔의 일탈은 괜찮다며 폭식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었다.
그러나 먹고 나서 밀려오는 죄책감과 후회, 실망감으로 인한 타격은 사실 크긴 했다.
의지력이 강하고, self-disciplined 하다고 말하고 다녔었던
예전 나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먹어도 죄책감 들지 않는 간식'이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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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이 시초가 되어 작은 실행을 시작해보고 있다.
몇 가지 레시피들을 만들어보고 있고, 공장들을 컨택해 보고 있다.
간식의 핵심은 맛인데, 맛과 건강을 동시에 가져간다는 게 쉽지는 않다.
그리고, 아무런 경험 없이 무작정 찾아온 놈을 공장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건강이라는 것에 꾸준히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덕분인지
이번 도전은 이전과 다르게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있다.
물론 사업이라는 것은 생존에 직결되어 있으니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시장 반응에 따라 쉽게 지치고 빠르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