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
공자가 나이 오십이 되면 하늘이 준 소명을 알아야 하는 나이라고 해서 일컬은 말이다. 천명이란 무엇일까?
우린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고생과 노고, 진심과 헌신에 비해서 직장, 가정,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대로 인정을 못 받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게 진실일까?
지금까지 20~30년 이상 교류하며 지켜보아 온 친구들이 있다. 한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너 번씩 직장을 옮겨 다녔다. 오랜 시간 지켜봐 온 결과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A라는 친구는 항상 힘들어했다. 직장상사가 힘들고 고객이 힘들고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업체들이 힘들었다. 회사를 옮겨도 항상 마찬가지였다. 힘듦과 어려움, 고난과 고생을 몸에 달고 입에 달고 살았다. 단 한 번도 직장생활이 즐겁다거나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30년 넘게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B라는 친구는 대개 여유만만이었다. 6월 정도 되면 일 년 농사 다 지었고 자신이 얼마나 탁월한 실적을 올렸는지, 회사에서 얼마나 인정받는지를 떠들곤 했다. 회사를 몇 번 옮겼지만 옮기는 회사마다 힘들거나 어려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자기보다 한수 아래의 상사, 동료를 자기가 쥐락펴락하며 여유롭게 회사를 다닌다고 이야기했다. 20~30년 동안 단 한 번도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회사를 자주 옮겼는지는 의문이지만.
C라는 친구는 항상 고민거리와 문제를 안고 다녔다. 어느 부서, 어느 자리에 가도 항상 문제와 이슈를 한 보따리 머리에 이고 다녔다. 회사의 전략, 실행, 조직, 상사, 부하, 동료의 문제가 잦아든 적은 거의 없었다. 그에겐 항상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씨름하면서 힘들어하고 고통받는 게, 일상이고 주관심사였다.
여러분은 눈치채셨나요? A와 B와 C는 조금 단순화한 면이 있긴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직장인입니다. 다들 직장 생활 20~30년을 한 베테랑이고 나이는 50 전후, 지천명의 나이지요.
저는 이 친구들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A는 회사를 또 옮기더라도 다시 힘들어하고 고생할 것이고 B는 또 다른 회사를 가더라도 여전히 여유만만하고 여유롭게 회사를 다닐 것이라는 걸. C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조직,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항상 문제와 이슈를 껴안고 씨름하고 고민할 거라는 겁니다.
그런데 한 때 A, B, C가 같은 회사를 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도 A는 힘들고 B는 여유만만하고 C는 고민과 이슈를 안고 살았지요.
우리는 보통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 주변 동료나 상사로 인한 문제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나의 고생과 고민, 내 삶의 여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관찰해 온 바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내가 힘든 건, 그걸 힘든 문제나 이슈라고 인식하는 그 순간부터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내가 여유만만한 건, 내가 상황과 이슈를 가볍게 여기고 별 게 아니라고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불교에서 말하는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일체를 다시 만들어 낸다는 뜻입니다. 오직 마음이 상황과 조건, 세상만사를 re-producing한다는 겁니다. 이 마음이 re-producing한 세상은 진짜 세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겁니다. 진짜 세상은 보통사람의 제한된 인식체계로는 제대로 전부를 통찰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떼려야 뗄 수도 없고 거리감을 두고 인식하기도 힘든 나의 인식체계. 그 인식체계를 억지로 조금 거리를 두어서 생각해 본다면 세상이 달리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의 근원까지 내려가볼 것 까지도 없습니다.
A에겐 세상의 모든 일이 힘들고 수고로운 것으로 인식되고 B에겐 세상일이 만만하게 보이고 C에겐 세상만사가 문제고 이슈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보이는 것뿐입니다. 장담하건대 이 세분은 어느 회사에 가져다 놔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좋은 회사든, 나쁜 회사든. 잘 나가는 회사든, 망해가는 회사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인생의 결과 무늬는 자신의 마음이 지어냅니다. 그리고 그 허상에 우리는 휘둘립니다. 너무나 익숙하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것이 마음이 지어낸 허상이고 허구임을 알아차리는 것. 그게 내 인생이 왜 이럴까 하는 마음이 들 때 제일 먼저 돌아봐야 하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