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ntended

by 옆집 사람

https://youtu.be/1A0DtUP5kWk?si=s4dbKOUZn6uWEZ8c

<Muse - Unintended>



첫사랑 같은 것이 있다.

못 이룬 당신의 꿈을 이어받아서인지, 나는 그림을 잘 그렸다.
나는 그림을 좋아했고, 그림도 나를 좋아했다.

그렇게 십 년 가까이 몰두를 하고 나니 이제 주변에서는 따라올 이가 없고, 졸업하면 나를 찾아와라! 하는 어디 저 높은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화가가 되기로 했다.
고민은 일절 없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릴 때면, 13시간이고 14시간이고 밥도 물도 마시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계속 그려대었다. 해가 넘어가는지, 손목이 시리던지 그런 것들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작품의 테마가 우울이면, 우울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커튼도 모두 닫고, 불도 끄고. 아무하고도 이야기를 섞지 않기도 했다.

이리 하다 보면 몰래몰래 캔듸를 따라 그리던 당신이 좋아해 주겠지, 하는 얕은 계산하에.

그러나 당신은 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이 문득 부담스러워졌다. 사실은 갑자기는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 야금야금 쌓여오던 감각이었다.

아주 흠 하나 없는 완벽함을 생산해내어야 한다는 그런 압박감이 그 바탕이었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손 하나 슬쩍 빗나가는 것도 참질 못해, 며칠을 그린 그림을 버려버리고 새로 그리기가 일쑤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신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그림을 좋아했던 것이 아닌 당신을 좋아했던 것임을.

그때쯤 그림을 완전히 그만두었다. 어언 6~7년 전 일이다.

그림을 그만두며 처음 느껴졌던 감상은 후련하다였다. 더불어, 명절을 제외하면 당신의 집에도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더 나아가 요즈음은 전화도 일절 먼저 하는 법이 없다. 아들이라는 역할은 그래도 여전히 내려놓지를 못했지만.

요즈음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등 떠밀려 아예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에 있다. 뭐, 등 떠밀리긴 했지만서도 썩 마음에 드는 것이, unintended 스럽기도, 어느 날 불쑥, 영문도 모르는 새에 찾아와서는 나 좀 봐주세요! 하는 것이 참 요사스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또, 그럼에도, 그리고 이제 7년은 더 된 일인데도. 나는 여전히 그때의 그 조각들을 짜 맞추려 드느라 새 unintended를 돌볼 여력이 없다. 주말이면 컴퓨터를 켜놓고는 공부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하릴없이 딴짓들만 하곤 한다. 어떤 때는 아예 컴퓨터 근처에도 가질 않고.

아마도, 어떤 것도. 당신보다 좋을 수는 없나 보다.
비록 짝사랑이었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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