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ewell

by 옆집 사람

Farewell

여행을 뜻하는 fare와 웰은 그냥 웰이지 뭐. 아무튼, 이 두 개가 합쳐진 요 단어는, 정말 마지막. 아 이제 다시는 못 보겠구나 싶을 때 건네는 그런 작별인사라고 한다. 코쟁이들 땅덩이는 워낙에 크니, 작별인사도 무슨 좋은 여행 되라고 하는구나 싶어 참 새삼스럽고 그렇다.


그렇게 한참을 새삼스럽다 곰곰이 생각을 좀 해보니, 우리나라 말에 작별인사가 있던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든다. 뭐, 내가 특별히 대단한 국어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잘 지내' 정도가 생각이 나는데, 이건 짧은 이별에도 사용하는 인사말이니까 아닌 것 같고. 그치만 그냥 있어도 없는 걸로 하려고 한다. 아 몰라. 내맴이지.


나는 뼛속까지 질척 질척한 사람이라 farewell을 말하지 않는다. 세상 살다 보면 언젠간 다시 마주치겠지 싶기도 하고, 또 그냥 뭐든 쉬이 놓지를 못하기도 하고 해서. 그래서 비단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 그냥 우리나라에는 farewell의 정서가 없구나! 하고 생각하면 묘하게 안도감이 든다. 너도 farewell이 아닐지도 몰라서.


물론 그렇다고 슬그머니 잘 지내? 하고 연락을 보내오면 여러모로 괘씸해서 참 열이 받기는 하는데, 그래도 매번 반갑기는 하다. 너도 뼛속은 나랑 같구나 싶기도, 나만 기억하는 시간들이 아니었구나 싶기도 해서.


어떤 영화였는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Farewell, my friend. 하고 떠나던 누군가의 뒷모습에 아련한 설렘을 느꼈던 적이 있다. 한 때는 그 대사를 남몰래 거울 앞에서 연습도 해봤었다. 조선땅에 살면서는 입으로 내뱉을 말이 영영 없을 단어지만, 무지무지 멋있으니까 언젠간 한 번쯤은 직접 말해보고 싶어서. 멋진 뒷모습으로 기억되었으면 싶어서.


그렇지만, 아마도 나는 내 관짝에 못질하는 순간에도 저 말을 꺼내지는 못할 것 같다. 질척 질척하게, 또 보자.. 자주 찾아와.. 나 잊지 말고.. 하면서 화르륵 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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