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퍼즐

완성의 조각

by 굳이

난 내가 퍼즐을 완성하는 한 조각이라 생각했다.


짧게 병가를 쓰고 돌아온 회사는 병가기간 동안 정말 나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진 건지 친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내게 호의적인 사람들까지도 태도가 많이 변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너무 착하게 대해줘서 만만하게 보는 거라 했다. 그런데 우린 어른이지 않은가,

선함을 보인 사람을 만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렸을 때나 하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강한 자에게 약했고 만만함을 보이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계속 보여줬다.


맡은 일에 문제가 안 생기게 할 수 있는 한의 노력을 했다. 일을 맡게 되면 거부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에게 함부로 하면 더 친절히 대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회사를 다닌 10년의 노하우라 생각했다. 노하우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저 버티기 위한 애씀이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퇴근길 숨이 쉬어지지 않아 패닉에 사로잡혀 길에 주저앉았다. 이 정도의 고통이 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공황장애가 심해진 거라고 너무 빨리 복귀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정신과 약을 올려보았지만, 고통은 점점 심해졌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자다가도 호흡곤란으로 손발이 떨리고 가뿐 숨을 쉬었다. 참으면 나아질 거라 생각하며 무서움에 병원을 가지 않고 버티자 고통은 어디까지 버티는지 시험하듯 점점 옥죄어왔다. 몇 달을 누군가 심장을 빼어내서 움켜쥐는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일어나 지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되겠단 생각에 심장내과를 향했다. 여러 검사를 하며 내가 이런 검사를 할 줄 몰랐는데 착잡함과 두려움의 결과는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모든 게 참 허무했다. 그렇게 세상을 놓고 싶을 땐 건강했는데, 다시 살아보겠다고 할 때 내 몸이 이상한 거냐고 누구든 붙잡고 원망하고 싶었다.


대학병원 여러 곳을 다니며 검사를 할 때마다 빨간 글씨로 받는 검진 결과를 들고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큰 병이면 어떡하지, 살아온 시간에 후회가 들었다. 난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팠고, 참아왔을까. 내가 꿈꿨던 나의 어른의 모습은 이렇치 않았는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내가 어른이 된 나를 속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20대의 나를 생각한 몇 개월의 시간이었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 사이에 검사를 받고 기다릴 때면 내가 살아온 날의 의미와 앞으로를 생각했다. 그리고 결론 내렸다. 이제 후회하지 않도록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그렇게 대학병원에서 협심증과 급성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이 나이에 이런 증상이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어려서 큰일이 일어나시진 않을 거라 말씀하셨다. 약을 처방받고 다음 진료일을 예약하며 집에 오는 길 한참을 걸었다. 이제 내가 나를 아껴야겠다. 이만큼 했으면 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10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두는 게 참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결심이 어려웠음을 깨닫는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하고 초연했다. 눈을 떴을 때 하루를 기대하며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준 언니의 말을 떠올리며 이제 그 말을 실천해보려 한다. 사회라는 퍼즐에 한 조각이 되고 싶었던 나는 내가 이 퍼즐의 조각이 아님을 깨닫고 물러났다. 물러나고 보니 세상을 살아가며 꼭 한 부분의 퍼즐 조각일 필요는 없음을 느낀다. 퍼즐의 조각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성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난 30살을 20살처럼 살아보고자 한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단순하게 살면 어떠한가. 행복의 기준이 세상이 아닌 나이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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