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east to World
From east to world!
올해 초 각별한 인기몰이를 했던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시멘틱 에러'를 올여름에 처음 보았다. 그리고 두 배우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에 흥미를 갖고 찾아보았더니 한 명은 팀 탈퇴를 한 후고 한 명은 3년 차 아이돌이었다. 그중 '추상우' 역을 맡았던 '박재찬'배우의 소속 그룹 구 '동키즈' 현 'DKZ(디케이지)'의 무대들을 여럿 보게 되었고 그 모든 이름들을 처음 들었지만 딱 하나 알고 있던 것이 있다. 바로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스껄~'이라는 한 문장. 한창 트위터를 돌던 밈에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고 그냥 웃어넘겼던 기억이 있는데 바로 동키즈의 노래 가사였다. 무대를 보다 보니 노래가 좋은 거 같아 찾아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진 3년 차에 싱글 앨범만 6개, 수록곡이 있는 앨범은 단 한 개였다. 그렇게 궁금증이 당겨 서치를 해보았더니 드라마를 찍기 전까지 음원 및 음반 성적 저조 등으로 여러 고심이 있었다고 한다. 노래가 다 이렇게 좋은데, SNS에서 밈화되는 노래들은 특히 입소문을 잘 타기 때문에 작년을 기점으로 이득을 좀 봤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또 다른 집중력을 쏟아 분석해본 개인의 의견을 풀어보겠다.
우선 데뷔 초에 굉장히 애정을 담아 야심차게 데뷔한 것이 보였다. 가사 속의 그룹명 반복, 프리데뷔, 샘플링 곡까지 한 해를 쭉 달려가며 그룹의 정수로 보이는 첫 미니앨범(Inst. 제외 6트랙)이 발매되었다. 그중 한 곡은 두 달 전 선공개곡으로 보이고 다음 해 3월에 'LUPIN'을 발매한다. 멋들어진 수트와 '동키스틱'으로 불리는 퍼포먼스에 괴도컨셉이 결합된 그야말로 덕후 저격 앨범으로 보인다. 그 후에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自我'앨범, 상큼하고 청량함이 돋보이는 'Youniverse', 그리고 체이스 시리즈의 첫 타자인 '꿈(GGUM)'이 2021년 7월 1일에 발매된다. 바로 이 꿈 앨범의 타이틀이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이라는 곡으로 이 글의 제목과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연말 즈음 발매되는 팬송을 지나 약 9개월 이후 체이스 에피소드 2인 '마음(MAUM)'앨범의 사랑도둑이 드라마 '시멘틱 에러' 상영 후 발매되어 인기가 훅 뛴다. 찾아보기로서니, 못송뿔까지 앨범 초동(앨범 발매 후 7일간의 판매 집계량_한터차트 기준) 천 장 가량을 판 것으로 보이는데 사랑도둑으로 10만 장을 돌파한다. 약 100배가량 뛴 것이다. 드라마의 엄청난 영향이 수치로 보이는 순간이다. 그룹에게 정말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전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본인은 엔터 관계자가 아니며 단순히 개인의 의견임을 고지드립니다.)
우선 데뷔 초에 너무 많은 것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든 새 프로젝트든 사업이든 처음 공개가 되자마자 인기를 끌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거대 자본이나 대기업의 인지도, 끝내주는 마케팅을 곁들이더라도 홍보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고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데뷔 이후에 차차 쌓아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맞다. 이걸 기준으로 DKZ의 체이스 에피소드가 데뷔 초에 진행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성적이 아쉬웠던 이유에는 코로나라는 시국도 한몫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이 결합된 결과겠지만 나는 디자이너이기에 앨범 기획과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보려고 한다. 초반에 대중의 반응을 체크하거나 팬들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소기업이라면 곡 수가 여럿이어야 하는 미니앨범보다는 타이틀 단일 싱글 앨범을 단타로 발매하는 것이 인상을 남기기엔 더 확실하다. 처음부터 시리즈를 기획해서 데뷔 초에 일관성은 유지하되 싱글 앨범으로 컴백을 해서 곡에 들어가는 품을 줄이고 활동은 늘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못송뿔은 속히 말해 어그로를 끌기도 너무 좋은 곡이다. 단순히 관심 끌기 이상으로 가사가 좋아서 비호감보단 호감을 더 많이 산 케이스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대도 귀엽고 안무나 비트가 대중적으로 먹히는 곡인 데다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곡명이 중독성을 당기기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작자의 관점으로 '동글이'같은 마스코트는 정말 잘 만들지 않는 경우 팬들에게 미움 사기 십상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세계관은 설정으로 존재해야지, 시각화되는 순간 컨텐츠 하나에 멤버들의 파이를 뺏겨버리기 때문에 불만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사랑도둑도 가벼우면서 쾌활한 곡이라 데뷔 초에 딱이고 그런 이미지를 반전시켜 최근에 발매한 '비움(BIUM)'의 '호랑이가 쫓아온다' (호쫓으로 표기하겠다)를 선보이면 일종의 정석 루트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인기몰이가 좀 되어 팬 수가 늘었을 때 'LUPIN(뤼팽)'을 발매하면 기존 팬 굳히기에 제격이다. 시선을 끄는 퍼포먼스와 팬들이 오매불망 기원하는 무조건 예쁜 수트 의상, 세련된 이미지로 선물 같은 곡이 되기 좋다. 그리고 청량과 강렬을 오가는 곡들을 적절히 진행하면서 중간중간 수록곡이 삽입된 미니, 정규앨범을 적절히 섞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물론 엔터 사업은 절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알지만 (사실 모든 사업이 그렇다) 그래도 더 나은 선택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고민해서 나온 생각이다. 사실 이러한 앨범 구상 및 기획은 전문가들의 영역이겠지만 디자인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같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그룹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내 주관에 의하면 '못송뿔'이 DKZ만이 낼 수 있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제일 독보적이다. 단순히 어그로를 끌라는 것이 아니라 제목은 어? 하게 되더라도 그 안에 마냥 가볍지만은 안은 메시지를 담아 듣기 좋은 노래에 섞어 보내는 게 정말 좋다. 이번에 발매된 '호쫓'도 그런 면에서 그룹의 정수 같은 감각을 담아낸 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키즈 데뷔 초반의 쾌활함, 유쾌함, 밝은 이미지를 어느 정도 고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렬한 컨셉이어도 펑키함이 섞이면 유쾌할 수 있고 수트를 입어도 스틱을 활용했던 것처럼 또 새로운 이미지를 보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노래에 맞춰 컨셉을 좀 더 세밀하게 조율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의상이나 앨범 디자인, 뮤비 같은 부분에서 특징적인 키워드 하나만 추가해도 뇌리에 박히는 정도가 다르다. 강렬한, 센, 파워 넘치는 이미지에 좀 더 구체적인 이미지를 섞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호랑이'가 내 안의 두려움이라서 나와의 싸움이 노래의 주 메시지라면 '거울'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뮤비에서 사용되긴 했지만 찰나에 가깝고 주 요소는 아니다.) 그럼 세트장을 바닥이 약간 비치는 세트를 사용한다든지, 거울이 부서진 장소를 사용한다든지, 편집할 때 화면 반전 같은 요소를 사용하거나 등등의 장치를 넣어 일종의 스토리라인을 넣는 것이 수월해진다. 현재 공개된 뮤비는 거울이나 대면하는 구도 등을 통해 뮤비를 구성하고 있지만 호랑이 무늬 헬멧, 무기, 데칼코마니 등 직접적인 이미지가 우세라 오히려 메시지가 분산되는 느낌이 있다. 거울이 깨져가는 과정이나 구도의 변화 등을 통해 은은하게 넣었다면 그 안에 또 해석할 거리를 만들기 때문에 컨텐츠화 될 수 있다. 같은 의미에서 뤼팽도 무대 위주의 뮤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겜블러'라는 설정을 추가했으면 더 멋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괴도가 컨셉이라면 각 멤버에게 포커 카드 한 장씩 부여해서 역할을 나누고 지키는 사람, 쫓는 사람, 연합, 경찰 이런 식으로 은유적으로 비유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카드놀이를 하는 연출을 통해 거대한 장치 없이도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다. 이런 컨셉이 앨범까지 들어와 준다면 팬들에게 이만한 컨텐츠가 없다. 스페셜 포토카드로 카드 무늬가 들어간 멤버 카드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언급한 거울이나 카드는 큰 예산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무대와 스토리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요소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사실 앨범과 뮤비가 착 맞붙어있는 느낌은 아닌지라 이런 부분들이 더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그룹 서사나 컨셉도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한다. 이런 부분들을 잘 조율하여 그룹 이미지가 잘 굳어지면 좋을 것 같다.
추가로 더 얹자면 유튜브나 마케팅 부분에서도 좀 더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당연하게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응원하는 한 팬의 입장에서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첨언해본다. 요즘 아이돌들은 유튜버라는 말이 있듯이 그룹마다 고정 컨텐츠, 시즌 컨텐츠 등 할 일이 많다. DKZ도 브이로그나 예능도 내고 했던 것을 알지만 다양성을 좀 더 구체화시켜서 확실히 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스타도 좀 더 다양한 이미지를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칸 맞추기는 특별하게 홍보할 일 있을 때 유용하다. 왜냐면 팔로워들은 애초에 전체 피드를 볼 일이 별로 없고 개별 피드를 보게 되는데 너무 조각나 있거나 단일 이미지만 있으면 시선을 사로잡는 횟수가 팍 줄어버린다. 이렇게 플랫폼마다, 매체마다 일종의 전략을 세워 운영한다면 더 견고한 브랜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소속사인만큼 일일이 조율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지금이 상승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디테일을 잡아준다면 더 많은 팬들이 모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어째 아쉬운 마음에 사사건건 트집 잡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더 잘 나가서 수록곡도 많이 내고 앨범도 많이 내주길 바라고 있다. 이들의 노래를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듣고 싶은 마음이 아주 크다. 개인적으로 아트 디렉터를 목표로 하는 만큼 그 아쉬움이 분석과 대안책 강구로 흐르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음악을 좋아하면서 디자인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노래를 들으면 재밌는 이미지, 작업들이 팍팍 떠오르기 마련이다. DKZ도 좋은 노래와 무대로 이렇게 한 개인의 이목을 끈 만큼 이들이 더 승승장구하길 바라며 좋은 노래들을 많이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P.S 1 - 그래서 제목이 착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DKZ의 첫인상에 가까운 저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밈화되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