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험한 말을 자주 하셨다. 스포츠 경기를 보실 때면 심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의 경기가 있던 모든 날에, 엄마 손을 잡고 집을 나서야 했다. 아버지가 끊임없이 욕설을 했기 때문이다. 심할 때는 우리에게 혼잣말처럼 내뱉기도 하셨다. 나는 20년 가까이 참았다. 그리고 결국 정신질환에 걸렸다.
아버지는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문 여는 것을 잊고 잠이 들어버린 어머니에게 고함을 치며 집안의 물건들을 부수거나 던지곤 하셨다. 복도에 우리 집 물건이 굴러다닐 정도였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엄마는 종종 나를 데리고 집을 나가려고 하셨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엄마를 밀치며 화를 냈다. 뭐 하는 짓이냐고.
나는 이십 대 후반이 돼서야 정신질환에 걸렸고 그동안 내가 폭력에 노출돼 있었음을 알았다. 정신병동에 입원도 했다. 그제야 아버지는 미안하다고 하셨지만 나는 외면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변했느냐고? 아니다. 여전히 욕설을 한다. 특히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어제는 동생이 참지 못하고 욕을 했다. 아버지를 향해서. 혼잣말처럼 한 욕을 아버지가 들으셨다. 울그락불그락해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