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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제해결 곽코치 Feb 22. 2021

비대면 수업이 가야 할 길

프롤로그 2_대면과 비대면이 모두 가능한 시대를 앞두고

 비대면수업 해보니까 어떠세요?     


 코로나와 시작된 올 해 봄, 창밖에는 벚꽃이 피었지만 교실은 피어나지 못했습니다. SNS의 이 문장을 보고 마음이 아련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때 불안과 불만 그리고 분노에 가까운 저항이 나타났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강의하는 활동으로 취급받았습니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대면보다 낮은수준의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표출된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하나를 잊고 있었죠. 교육(Education)을 직업으로 한 사람들의 본능 중 하나는 학습자로부터 얻는 긍정적 반응이 직업이 주는 가장 극적인 쾌감이라는 점입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모든 교수자들은 더 좋은 수업을 하고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디지털 도구도, 상호 인사도, 우편으로 보내는 교재도 모두 땀방울의 흔적입니다. 몇 매체에서는 안식년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진짜로 일방적으로 수업을 전달해도 되는 편한 시대적 핑계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상호작용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교수자들이 더 많았고 그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초반에는 핸드폰으로, 노트북으로 심지어 별풍선이 오고가는 동영상 플랫폼까지도 동원되었던 웃지 못할 추억들이 그 증거입니다. 진정성이 있는 노력의 결과를 경험한 사람들은 말합니다. “온라인도 나쁘지 않은데?” 왜 그럴까요?


 업그레이드는 쉬워도 다운그레이드는 어렵습니다. 


비대면수업을 경험하기 전까지 온라인의 장점을 이동시간과 접근성만 있을뿐 나머지는 더 안좋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장점들이 나타났죠. 수줍음이 많아 발표가 활발하지 않은 학생이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차례에 부담 없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대면환경에서는 질문이 없었던 학생들이 비공개 채팅을 활용해서 교수님에게 중간에 질문하기도 합니다. 모든 친구들 앞에서는 말 할 수 없지만 교수님에게만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은 바가 있을수 있는 법이니까요. 예전에는 연구실까지 가야만 할 수 있던 대화를 얼마든지 꺼내이것은 아주 점잖게 표현한 것뿐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소리가 안 들려요.”, “다시 설명해주세요.”처럼 아주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과거에 교수자에게 집중되었던 권한이 학습자에게 분배가 되는 역사적인 증거입니다. 꼭 기억해두셔야 할 사건이에요. 심지어 강의 중 구글에 검색해보고 자신의 자료와 다르다고 설명해달라는 학습자들은 일방적 교육에 대한 혁명군이 됩니다. 이제 교수자의 머릿속에만 의지했던 교육환경을 넘어 훨씬 높은 수준의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는 시작점으로써 나쁘지 않죠.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아픔이지만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자랑할만합니다


   우리는 이번 팬데믹을 통해서 비대면을 경험하며 대면과 비대면을 비교할 수 잇었습니다. 대면수업에서의 오감이 교환되는 환경 그리고 비대면 수업에서의 정보습득과 상호작용의 가능성. 지켜야 할 것과 변화해야 할 것들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람 베크라드니아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강의실에서 배우는 전통적인 강의는 융합형으로 바뀌어 새로운 창의적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앤서니 살시토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 병행되면서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주어진 교육 환경에 따라 적합한 교육 도구(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구요. 모두 온라인-오프라인, 대면-비대면이 기존의 교육환경을 지킴과 동시에 더욱 발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사실 이런 통찰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가 한 단계 높은 경험을 했습니다. 결국 환경은 열악해졌을지 몰라도 원하는 수준은 높아졌고 앞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죠. 업그레이드는 쉬워도 다운그레이드는 어운 법이잖아요.


막상 해보니까 나쁘지 않더라     


 처음 온라인에서 느꼈던 어색함도 이미 지나가버리고 이제는 교수자와 학습자는 교실에 없음은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화면에서 손을 흔들고 가벼운 미소만으로 ‘그래 거기 있는 우리 교수님 고생하고 있어요.’라며 오늘 함께 할 1시간을 약속합니다. 겨우 한 해가흘렀을 뿐인데 말이죠. 잘 생각해보면 이전의 세상은 겨우 흐릿하게 기억날 뿐이 되어버렸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비대면 환경의 장점을 즐기며 살고 있음을 발견 합니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변화에 강한 존재임이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런 변화를 미리 발걸음 한 곳이 있다. 바로 미네르바 스쿨입니다. 


 미네르바 스쿨 (Minerva School)은 ‘하버드 보다 가기 힘든 대학’이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합니다. 캠퍼스가 없습니다. 미네르바 스쿨은 강의실도, 도서관도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장소는 도시. 미국, 아르헨티나, 영국, 독일, 인도, 대만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을 학기별로 돌아다닙니다. 도시에 남아서 그 도시의 문제들을 접하고 통찰합니다. 인도의 젠더 이슈, 미국의 인종이슈 등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지식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진짜 학습을 만들어 갑니다. 그들이 캠퍼스가 아닌 현실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바로 책의 학습이 아닌 깊이 있는 이해를 경험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구분짓기보다 세상과 캠퍼스의 벽을 없애고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설계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수업은 인터넷 강의로 이루어지는데 일방적인 수업이 아닌 쌍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장치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실시간 투표, 실시간 실험, 토론내용을 시각화 하거나 협력해서 문서작업을 하는 활동을 지원하고 때로는 수업 도중 조를 나누어 대화하도록 지원합니다. 이런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수업 시스템은 코로나19 이후 모든 원격프로그램의 롤 모델이 되었다.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몇 화상플랫폼의 시스템이 이곳에서는 미리 이루어지고 있었죠. 마치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이 미래교육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네르바 스쿨을 보며 엄밀히 선을 그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온라인 교육(혹은 원격교육)’이 미네르바 스쿨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네르바스쿨을 경험한 학생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것은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이 아닌 ‘학습능력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교육이라는 것입다. 대부분의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도태되고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새로운 지식으로 대체되지만. 그러나 실제 환경에서 지식을 활용해본 경험은 학습자에게도 세상에게도 진짜 실현으로서 의미를 갖는 다는 점이죠.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들은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찾는 지식’을 추구한다고 표현합다. 결국 온라인 수업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미네르바 스쿨이 코로나를 관통하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도 같은 메세지 입니다. 온라인은 도구 일 뿐입니다. 더 나은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지식이 세상에 가까워지는 상호작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그 상호작용의 정점은 학습자가 주인공이 되는 학습자 중심, 플립러닝, 프로젝트 러닝 들이 되겠습니다.



미래교육은 경계를 허물고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폴 킴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은 “과거보다 학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지고, 개인적 관심사와 기술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만이 실제 문제에 도움이 된다.”며 대학들은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우려했던 저질 교육의 대량공급, 교육의 사업화는 줄어들고 교육의 개인맞춤화, 교육환경의 서열 역전이 일어난다는 것이죠. 온라인, 동영상, VR, 등 다양한 미래교육은 개발되어 있었지만 ‘동영상 강의는 직강만큼 몰입이 안돼’, ‘난 누가 확인해주지 않으면 불안해’처럼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절해 왔던 이유가 이제 드러납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이 현실이 되어 버린 지금 그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두고 볼 수 만은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두가 뒤적이게 되었고 무엇이 없어졌는지 찾아냈습니다. 바로 상호작용입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상호작용을 배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모두가 낯설게 시작한 환경에서 처음에는 최소한의 지식전달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오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럼 옛 것이 틀린것인가? 아닙니다. 과거의 우리의 교실은 훌륭했습니다. 특히 상호작용에서 말입니다. 누가 만들어 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학습자들은 바로 옆의 학습자들이 알아듣고 있는지 끄덕이는지에 따라서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였고 분위기에 따라서 질문하고 뛰어들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아는척하는 특수한 분위기에는 몸을 사린 학습자들도 나타나긴 했지만 그래도 영상 속에서 혼자 떠드는 선생님 보다는 나은게 사실입니다. 물론 그때도 교수자가 열심히 준비한 수업에서 더욱 이런 모습들이 꽃피웠던 것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학습의 현장이라면 응당 혼자 떠들지 않는 수업을 바라고, 나를 한번 더 불러주는 교수자를 기다리며 상호작용이 살아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상호작용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시죠. 그 학습을 거부하는 것이지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것 입니다. 결국 좋은 수업을 만드는 것은 상호작용과 함께 가야만 합니다.


 학습은 어떻게 되나요? 경험에 비추어 쌓아가고 수정하는 실행해보고 반복되는 과정입니다. 때문에 그 어떤 에듀테크가 들어온다 하여도 상호작용에 대한 갈증은 계속될 것이구요. 미래 지식은 단순한 사실을 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정답만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기술만 화려할 뿐 사용되지 않고 계속해서 인간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프로그램들만 살아남게 되겠죠. 가령 AI가 문제를 풀이해주고 정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선에서 멈추지 않을것 입니다. 다른 학습자들과의 비교하거나, 다른 풀이 방법을 가진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 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들은 지금도 많이 나와있구요. 이렇게 발전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학습자는 학습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과 터치하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합니다. 궁금하면 알고 싶고 확인하고 싶고 필요한 것에 사용하면 나의 것이 되죠.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하나입니. 어떤 교육환경이 오더라도 학습자가 교사와 컨텐츠와 다른 학습자와 나 자신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미래교육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참고문헌

1) 보이지 않은 작은 바이러스가 900년 묵은 대학교육의 근간을 흔들었다, 동아사이언스, 2020.06.24.,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7689 

2) 미네르바 스쿨 홈페이지. https://www.minerva.kgi.edu/global-experience/

3)  [UNN 리포트] 허정윤 기자의 미네르바스쿨 학생 원격 인터뷰, 한국대학신문, 2020.04.27.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28562



* 본 원고는 비캔버스로 프로젝트 수업하기 : Beproject, Beecanvas의 집필내용입니다.
* 비캔버스로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하고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법까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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