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잡은 오피스 청소 잡!
(지난 이야기)
"뭐??!? 알았어 내가 갈게. 기다리고 있어."
사장이 당황한 소리로 기다리라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음.. 나도 그만둔다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됐다..
몇십 분이 흐른 뒤.
" 그래, 그놈 말도 없이 갔다는 거지?"
" 네, 그렇게 됐어요."
" 으, 역시. 워홀로 온 놈들은 잘 해주면 안된다니까! 쓰레기 같은 놈들."
속으로 웃음만 나왔다. 뭘 잘해 줬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도망간 친구와 나에게 엄청나게 무시하는 말투로 시작했고, 너네가 뭘 아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한마디로 외국 이민 간 한국 꼰대였다. 이런 곳에서 나도 더 이상 일하기는 싫었다. 한동안 그 사장의 욕설이 끝나갈 때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 사장님 이야기할 게 있습니다. "
" 뭔데?"
" 저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냥 바로 그만두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다른 사람 찾을 때까지 2~3일 정도는 일 하겠습니다."
" 뭐라고!?.. 으.. 알겠다."
그 사장은 육두문자를 이리저리 날리면서 전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전화하는 듯했다. 급하게 매니저급 청소 파트타임 하는 사람도 구인 글을 올리는 듯했다. 나는 그 사장이 시킨 데로 일단 혼자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그래도 이렇게 남은 이유는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일을 해보면 이다음 청소일을 구할 때 조금이라도 아는 티를 내면서 일을 쉽게 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 사장 성격을 봐서 돈을 못 받을 것이 분명하지만 일을 시작한 이유였다. 저녁 11시쯤 됐을 무렵 한 청년이 레스토랑으로 들어왔다. 사장님도 같이 있는 것 보니 아까 구인한 그 매니저 급 워홀러였다. 사장은 간단하게 그 사람에게 하루에 총 얼마고 어디 어디 청소해야 하고 사람도 직접 구하라는 이리저리 말을 내뱉고는 사라졌다. 사장이 가고 나서 얼마 있다가 그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해보니 그도 나보다 2~3살 많은 형이었다. 내 사정을 말하고 그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수고했어."
청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끝날 무렵 그 형이 수고했다며 말을 걸었다. 첫인상은 좋은 편이었다. 그 형은 이마에 땀을 닦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 음.. 청소도 해보고 시간도 체크하고 대충 상황을 보니 이곳도 그렇게 오래할 만한 곳은 아닌 듯."
" 그런가요?"
그 형의 말에 의하면 저녁에 청소인데 레스토랑 끝나는 시간이 들쑥날쑥해서 시작시간이 불 규칙 하다는 점, 청소 상태가 미흡해서 컴플레인 나오면 오전에 나와서 청소해야 한다는 점, 실제 하는 시간에 비해 돈이 안됀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설명해줬다. 역시 직접 겪어봐야 안다고 호주 오기 전에 글로만 보던 것과는 현실은 많이 달랐다. 보통 블로그에 쓰는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 미화되기도 하고 좋은 일만 올리는 게 많아서 실패하거나 안 좋은 일이 당한 것들은 잘 안 올리는 편이라 더욱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호주 오기 전 까지만 해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는데 호주 온 지 몇 주도 안돼서 그 생각은 모두 깨져버렸다. 나라는 사람이 한국에서도 그렇게 철면을 깔고 말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주로 한국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도 도서출판단지나 공장, 편의점 등 사람과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알바만 했었는데 갑자기 외국에 온다고 그 성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괜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영어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외향적으로 변하긴 했는데.. 그건 정말 좋은 점! 어쨌든, 일이 끝나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늦어서 레스토랑 앞에서 헤어졌다.
다음날,
형은 여전히 본드 클리닝이라는 청소를 하러 오전에 나갔고 나는 빈둥빈둥 거리다가 공부도 해보고 다른 일이 있을까 하고 검트리, 씩 닷컴, 썬 브리즈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일거리를 찾았다. 돈도 점차 떨어져 갔고 내 마음도 점차 조바심으로 인해 여유라는 단어가 점차 잊혀 가는 시점이었다. 이후로도 이력서를 뽑아서 레스토랑에도 내보고 했지만 왠지 발걸음이 때어지지 않았다. 다른 블로그 경험담 보면 모두들 마치 용감한 것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이력서도 100장 이상 돌리고 일도 좋은 일 구하고 하던데 나는 그렇게 간절하지 않은 것 같아 좌절도 했다. 결국 마지막에 오지잡을 돈으로 사볼까 전화도 해봤지만 전화를 하던 도중, 일을 이런 식으로 구한다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내 힘으로 좀 더 해보자 결심하고 일을 찾아봤다. 그렇게 썬 브리즈번을 둘러보던 중, 내가 살던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오피스 청소 잡을 보고는 일단 이거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신청했고 다행히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사장 말로는 처음에는 12불 한 달 지나면 13불 최종으로 14불 까지 올려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일 그만두기 전에 노티스 2주를 꼭 주어야 처음 2주 일한 페이를 돌려준다는 이야기였다. 뭐, 지금에서야 안거지만 한인 잡들은 모두 이런 식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오지잡을 구했었다면 캐주얼 잡이면 최저 21불 풀타임이면 16~17(휴가 및 혜택 많음) 불 정도니 웬만하면 꼭 오지잡(호주 잡)을 하는 게 재정적으로 더 여유로운 건 누가 봐도 당연한 일! 하지만 나에겐 그런 여유가 없었다. 일단 일을 시작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어느 정도 해보니 일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계속하다 보니 할만했다.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청소하는 일인데 사이트들이 계속 관리되어있는 상태여서 깨끗한 편이었다. 대부분 사무실이고 헬스장도 있었다. 사장님이 사이트에 내려주면 나를 포함해서 3명이 각각 파트를 맡아서 빠르게 돌면서 청소하는 방식 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확실히 청소는 정말 잘할 수 있게 되었다 하하.. 몸도 빠릿빠릿한 편이 아닌데 이일을 하면서 빠릿빠릿하게 되었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장님도 성격이 괜찮아서 오래 일할 것 같다.
이 일을 하고 나서 몇 주가 지나서 처음 주급을 받았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 전까지만 해도 식비 아끼느라 정말 아낄댄 일주일에 만원으로 마트에서 제일 싸고 양 많은 음식 재료로 버티기도 했고 난리가 아니었는데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돈이 주마다 척척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주에 사용하는 식비가 조금씩 늘었다. 그래도 원하는 목표 금액이 있어서 최대한 돈을 아끼느라 좀 부족하게 먹는 느낌이 있긴 했다. 그것 때문에 형과 싸운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하하 핫.. 내가 먹는 것에 좀 예민한 편이라 어쩔 수 없긴 하다. 부끄러운 일은 그만 이야기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하루 동안 브리즈번 기차 시스템이 마비되어서 난리가 난적이 있는데 그 일의 사과의 의미로서 하루 동안 공짜로 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말에 형과 가까운 해변이 있는 마을로 피크닉을 떠나기로 했다!
-다음 시간에-
[청소 용어 설명]
Mop : (명사) 대걸레를 뜻하는 말, (동사) 걸레질.
vacuum : (명사) 청소기, (동사) 청소기로 청소하다.
dusting : 먼지를 털다
sweep : 뭔가를 쓸다.
wipe : 걸레로 물을 훔치다(닦다).
scrub : 뭔가로 문지르다.
polish : 광을 내다.
clean : 깨끗이 하다.
[오피스 청소할 때 만들었던 청소 동선 [헬스클럽]]
빨간 동그라미는 휴지통 비우는 곳입니다!
혹시 오피스 청소에 대해서 궁금하실까 봐 올려봅니다^^
(영국에서 생활기!-웹툰 형식-)
http://webtoon.daum.net/league/viewer/19019
(저자가 혼자 개발한 슈팅게임! 많이 지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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