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
; 걱정과 기대

by 광장장

내일부터 일을 시작하기 위해 미리 SNS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시작한 인스타그램 안에서 이웃들은 동파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코로나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동파... 영업을 쉬는 곳도 쉬고 있는 곳도 있었다. 광장도 마찬가지로 주방 외에 화장실 세면대는 꽁꽁 얼어서 연결된 수도관마저 뒤틀려 있었다. 다행히도 주방과 화장실 수도는 열어 놓아서 무사히 영업준비는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돼 주말 내내 광장으로 향했다. 수도를 열고 뜨거운 물을 붓고 있지만 괜히 녹여 켜 놓은 세면대 수도꼭지는 올라간 채로 얼어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대로 관이 녹아 밤새 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걱정되는 일요일 밤이었다. 지금같이 개인위생이 중요하게 강조되는 시기에 손 씻기를 할 수 있는 세면대를 쓸 수 없다는 건 큰일이었다. 다음 날이라도 배송 올 수 있는 곳을 찾아 당분간이라도 소독 젤을 비치하기로 했다. 겨우 2주였는데 가게는 아무리 데워도 사람이 다녀가지 않은 썰렁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가게의 온기를 올려놓기 위해서 금요일부터 얼마간씩 가서 공기를 데웠다. 밤이면 다시 식어 차가운 가게가 되겠지만, 늘 비워져 있던 가게의 한기를 매일 조금씩 채워가며 데워야 월요일은 조금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쉬는 동안 9시까지라 마치고 가지 못했던 을지로의 가게들을 가려고 했다 나온 김에 가려고 SNS를 봤는데 그중 하나도 동파 때문에 문을 닫았다. 휴가 동안 SNS를 안 보느라 모르고, 오늘 가려고 했는데 닫았네요. 하고 연락했더니 벌써 일주일째 동파로 공사를 하고 당분간 날이 풀릴 때까지는 닫아 두기로 지금 막 결정했고 공지를 올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왕 나온 김에 여러 군데를 들러 보기로 했는데 가려던 곳이 닫아 조금 더 가게를 정리하기로 했다.

금요일엔 추워서 뜯어보지도 못하고 쌓아둔 우편물들을 정리했다. 친구들의 연하장이며 매년 구입하는 달력,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첫 책의 출판사에서 온 출간된 책과 편지도 있었다. 내 책을 내고 난 후 담당했던 편집자는 그만둔 데다 책도 딱히 더 팔리지 않아 출판사와는 소원해진 기분이었는데 다음으로 이어받은 담당자분의 손편지가 감동적이었다. 늦지 않게 답장을 보내고 싶은데 마음만 먹고 지나치지 않아야 될 것이다. 그리고 각종 서류들, 영수증들이 있었다. 2월이면 부가세를 납부하는 달이다. 소상공인들이 모두 함께 세금거부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휴가 전에 있었던 기억이다. 어떻게 되었으려나... 겨우 2주쯤 쉬었을 뿐인데 SNS에서 쏟아지는 가득한 정보에 과거의 것을 찾을 여력도 생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참 추위와 싸우다 보니 저녁 먹을 생각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까운 이웃 바가 멀지 않은 곳에 2호점을 냈는데, 식사도 할 수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마침 사장님이 있었다. 사장님은 당장 내일이 1호점 2주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작년 이맘 때 1주년 파티를 끝내고 내가 휴가를 보내고 있는 치앙마이로 날아왔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골집을 돌고, 몇 번 갔던 바를 함께 갔다. 바텐더와 함께 간 바에서는 몇 년을 가도 모르던 새로운 태국 술의 세계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때의 추억을 얘기하며 코시국을 거치는 지금의 우리는 잘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까의 동파 이야기나 다음 주부터 지급되는 소상공인 지원금 이야기나, 이자가 낮게 나온다는 국가 정책에 대한 이야기나 월세의 상황은 어떤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두 잔만 마시고 얼른 들어가야지 하던 게 통금시간인 9시까지 이어졌다. 일어나야 했다. 메뉴에 없는 히든 메뉴라면은 너무 맛있었고, 거기다가 이곳의 칵테일은 말해 무엇하나... 내일 2주년 축하를 위해 선물은 뭘 해야 될지 짧은 고민에 빠졌다.


16.jpg 바 숙희, 명동점


휴가 기간 동안 그래도 자주 가던 가게들을 들렀다. 우리는 서로 괜찮으냐는 말을 묻지 않았다. 어차피 안 괜찮은 줄 아는데, 안 괜찮다고도 괜찮다고도 할 수 없는 질문이 난감한 건 내가 그렇듯 모두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괜찮아지고 싶다.

휴가는 이렇게 끝났다. 기록 중독자의 휴가는 계획적이고, 일상적이고, 부지런했다. 나만을 위한 부지런함과 멀어지는 게 아쉬운 것보다는 오랜만에 손님들을 맞이하는 출근의 설렘이 크다. 부디 건강히 잘 지냈기를, 맑은 얼굴로 만날 수 있기를.




그동안 휴가기록지를 감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꾹꾹 눌러준 좋아요 덕분에 지치지 않고 휴가의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글로, 그리고 음식으로 만날게요.



매거진의 이전글휴가 열다섯 번째 날  ; 책 그리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