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bout Tokyo

3. HANEDA

하네다

by 광장장


공항은 늘 아련하다.

누군가를 만나기도 혹은 헤어지기도 하는 곳이고,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여행이 끝날 때의 아쉬움이 배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일의 통과점이 되기도 하지만, 국제공항은 피로보다는 설레임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도쿄를 향하는 국제공항으로서는 하네다 공항보다 나리타 공항이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도쿄의 공항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떨어져 있는데다 산속에 위치하고 있어 굳이 비행기를 보러 가는 수고로움의 피로가 먼저 느껴진다. 우스갯 소리로 도쿄사람들은 도쿄에는 공항이 하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지역구상으로 본다면 나리타 공항은 명확히 도쿄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도쿄를 향할 때는 하네다보다 나리타로 향하는 편이 훨씬 편수도 많고 시간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지만, 시내로의 접근성으로 치자면 하네다에 비할 바가 안된다. 나리타 공항은 서울의 인천공항과 나리타는 자주 비교되곤 하지만, 시내에서 이동하는 가격이나 시간적인 면으로 본다면 하네다 공항에 견주어야 되지 않을까.


하네다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다.

섬나라 일본에서 바다를 보러 어디론가 향한다라는 말에 위화감을 느낄 지 모르지만 그보다 훨씬 작은 제주도를 간다고 해도 바다를 보기 좋은 곳은 어디어디라고 하는 것처럼 바다와 접해 있는 도쿄라고 해도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헤어지는 사람들, 헤어질 사람들, 기다리는 사람들.


공항에 늘어선 비행기, 쉼 없이 하늘로 오르고 땅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저렇게 많은 비행기가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온 세상으로 실어나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발길을 옮기는 곳. 그저 지나가는 곳이지만 도심에서 가까운 하네다 공항은 여느 공항들처럼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 훌륭한 전망대까지 있어 전망대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유학생활의 복잡한 기분을 해소해 주었다.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공항을 통과하는 게 당연하지만 유학생에게 공항은 괜한 서글픔이었다.

한국에 잠깐만 돌아가고 싶은 향수병 같은 것이 왔을 때, 생전 처음으로 머리가 핑 돌아 주저앉거나 하던 때,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될 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나는 무엇을 하러 여기에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른, 나름대로 인생의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오게 된 일본행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마저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살아오던 방식과 제도를 떠나 전혀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생활에 새로운 제도속으로 다시 학생이 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일본행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만큼, 돌아가는 것은 나의 선택지에 없는 항목이었다. 어리지 않은 그 때 나는 서른이었지만, 그 나이가 스물이 되었든 마흔이 되었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으로 향하는 티켓을 사진 못한 채 늘 공항으로 향했다.


멀고 먼 나리타보다는 가까운 하네다 공항으로 발길이 닿았다. 매립지 위로 동동 떠 있는 모노레일을 타고 갈 때부터 보이는 비행기들. 그리고 금새 도착하는 바다위 공항, 그리고 그 공항의 전망대.


공항엔 낯선 언어들과 생김들이 가득 오갔다.

언제나 그렇듯 비행기 시간에 늦어 뛰는 사람들과 먼저 마주친다. 그리고 만나서 반가워 하는 사람, 헤어지며 우는 사람. 공항에서의 시간도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전망대에선 비행기를 가리키며 깔깔 대는 아이들과 사진 한 장을 건지려 연신 착륙하는 비행기를 촬영하는 사람들, 모두가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며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헤어짐을 표현하고 있었다. 저 많은 사람들 중 나와 같은 기분으로 공항을 찾은 사람들도 있겠지. 처음 일본여행을 하던 때나 유학생으로 비자를 받아서 공항을 처음 통과할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 때의 새로운 도전이랄까 삶에 대한 부푼 가슴도 생각났다. 그렇게 한참 멍하니 사람구경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맑은 하늘이 까만 밤이 되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선은 어둠이 되고, 비행기와 공항은 빛을 밝혔다.

그 속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지 그런 내 마음 속에서의 나의 고민은 또 얼마나 작은 조각인지 비행기 한 대 한 대에 실어 올려보냈고 착륙하는 비행기의 새로운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다보면 이렇게 타국에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삶이잖아. 하고 싱긋 웃을 수 있는 기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네다 공항은 내게 위로가 되었다.

지금은 그 때의 기분보단 그저 통과하고 도심으로 향하기 바쁘고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지나치는 곳이 되었지만, 하네다 공항의 전망대에 올라 멍하니 철창 너머의 비행기들을 볼 때마다 그 때의 기분이 진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가끔은 하네다 공항을 찾는다.





공항에 대한 여러 노래들이 있지만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는 마이앤트메리의 3집 타이틀곡이던 [공항가는 길] 인 것 같다.

아직 이랄까. 브런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 노래를 첨부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https://youtu.be/C-2iDHA9YZg 링크를 첨부하는 수밖에.


아무도 없는 파란 새벽에
차가운 바람 스치는 얼굴 불안한 마음과 설레임 까지
포기한 만큼 넌 더이상 쓰러지지 않도록
또 다른 길을 가야겠지만 슬퍼하지는 않기를
새로운 하늘 아래 서있을 너 웃을수 있도록

어색한 미소 너에 뒷모습

처음 사랑이던 너에 얼굴

이젠 익숙한 공항으로 가는길

언젠가 우리가 얘기 하던 그때가 그때가 오면
어릴적 우리 얘기하며 둘이 또다시 만나길
또 다른 길을 가야겠지만 슬퍼하지는 않기를
새로운 하늘 아래 서있을 너 웃을수 있도록
언젠가 우리가 얘기 하던 그때가 그때가 오면
어릴적 우리 얘기하며 둘이 또다시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