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엉망진창을 영화라고 본 게.... 두 시간이 넘는 내 시간의 일부가 이렇게 사라진 게 나는 믿을 수가 없다.
개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영화가 완성되어 개봉까지 되었다는 것이 나는 진실로 믿어지지가 않는다. 내 인생 최악의 영화는 '굿바이 데이'라는 전주영화제 상영작이었는데 이로서 오늘 또 한 번, 전주영화제가 뽑은 영화들에 대한 기대는 무너질 곳 없이 주저앉았다. 전주영화제... 그것만은 믿고 싶다. 전주영화제에서 본 모든 영화들에게서 실망감을 느낀 건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인상적인 영화들이 새록새록 생각나지만, 전주영화제 상영을 타이틀로 내건 작품들에서 느낀 정말이지 커다란 실망감은 그냥 '이 영화 별로야'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말 그대로 거대한 허무.
무얼 말하고 무얼 보여주는지 어떻게 흘러가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내내 눈을 비비며 바라보던 영화의 말미에
"세상에 이상한 건 없어"
하고 외치는 독백 신에서 이상한 건 바로 이 영화고, 그걸 부정하기 위한 대사인가? 하는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좋아하는 배우들이 가득 나오는 영화를 봤다.
그리고 나는 조금 슬퍼졌다.
나는 천사도, 요행도, 알 수 없는 힘으로 선한 사람들에게 펼쳐질 행복 같은 막연한 희망도 믿지 않는다. 실제적 삶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살피고, 조금 여유를 가져 내 삶의 주변의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귀엽고 아름답게만 다가가는 이 영화에서 더 큰 허무를 느꼈던 건지도 모른다. 실제 감독의 어린 시절에 만난 천사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나눠준 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서 황당하고 멍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내다 이 리뷰를 정리하며 영화를 곱씹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어차피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야. 우습게 생각할 거야. 하던 대사가 떠오르며 나도 꿈이 뭐였더라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오늘과 오늘을 살아가며 접한 이 영화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 흥! 하며 조소를 날렸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하고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이 영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조금 삶의 여유가 생기는 순간에 이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10년 20년쯤이 지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날 절대 이 영화를 보지 말라며 가려던 손님에게 술을 한 잔 내며 붙잡아 이 영화 말이죠, 하며 전달하던 그 마음과 조금 다를 것 같다. 물론 그때도 경악하며 이 영화를 다시 봐야지 생각한 그날의 나는 참 어리석었지... 하며 머리를 콩 쥐어박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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