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밖은 너무 추워 나는> 라이브 3일 공연 중 마지막 날, 처음 가보는 노들섬 공연장은 전날 내린 눈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6시 시작 시간 전에 일몰을 볼 수 있고 카페가 있기도 해서 다음에도 한 번 오고 싶다 할 정도로 좋았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봤던 게 마지막인 것 같은 기억... 벌써 몇 년이 흘렀나.. 코로나 시대 이전의 공연이었던 기억이다. 참 오랜만에 사월님 공연에 왔구나. 새 음반의 노래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들, 앵콜의 예전 노래들까지 들을 수 있었던 이번 공연에서 사월님의 다정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멘트의 구절구절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연인에게>라는 노래를 부르기 전, 첫째 날과 둘째 날의 공연 후기를 찾아봤다는 사월님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반짝이는 말들을 보석이라 표현하며 뭉클함을 전했다. 일상의 파편처럼 남긴 글에서도 귀여움을 찾아 소개하고, 우연히 마주친 동료 뮤지션의 글도 공유하며 노래를 곁들였다. 1층에 2층까지 가득 모인 사람들, 마지막 공연 날에 자리한 관객들에게 사월님은 고민이었던 노래들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사월님 다운 발상과 감사 인사에 코끝이 찡해졌다. 혼자 숨겨두고 흘려보내고 잊힐 고민을 펼쳐 내 보여주는 사월님의 노래는 어느 순간의 내 고민과 맞닿아 위로가 된다. 고민이라는 게 내게만 오는 고통처럼 느껴질 때만큼 외롭고 괴로울 때가 없으니까. 어떤 기분을 전환하거나 바꾸고 싶을 때 처방약처럼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사월님에게 너무 많은 걸 받는 것 같다, 항상.
게스트로 온 이예린 님의 노래는 연한 분홍색에 섞인 회색 같았다. 사월님의 노래를 들을 때 비가 오지 않는 흐린 하늘의 연회색 빛이 떠올랐는데... 매우 다르고 비슷했다.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집에 오는 길에도 글을 쓰는 지금도 사월님으로 채우고 있지만 여운의 끝자락에 이예린 님의 노래도 다시 찾아들어보고 싶다.
김사월, 샤리의 밴드 샤밴. 샤밴이 부른 엉엉이 너무 귀여웠고, 사월과 밴드의 합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름다움 그 자체. 공연이 예정시간보다 꽤 길어졌다. 그래도 더 더 더 해줬음 하고 앵콜을 부르는 박수를 한참이나 쳤다. 입구에서 엽서를 받아 읽는 시간도 가지고, 밴드 셋을 빼고 사월님의 기타와 목소리로 채우던 앵콜시간에는 그 옛날 한 잔의 룰루랄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뮤지션은 계속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다양한 조합으로 밴드 셋을 하지만 나는 늘 단순하게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노래에 마음이 일렁인다. 나에게만 건네지는 멘트, 나에게만 들려주는 얘기 같아서 더 가깝게 느껴져 그런 것 같다. 물론 밴드 셋을 준비하고 연습한 뮤지션의 노력 또한 박수를 보내지만 취향이라는 것?
공연을 보고 나니까 또 공연을 보고 싶어서 검색을 하다 이미 매진된 공연이 보여 아쉬웠다. 이 공연도 몇 달을 준비했다는데 다음 단독 공연은 사월님의 사월이 되겠지. 코로나가 어떻게 될지 희망도 끝도 보이지 않지만 내년 4월, 혹은 언제가쯤 사월님의 공연을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절을 지내야겠다. 마음이 가득 찼다. 혼자 방에서 들으며 위로받던 다정함의 씨앗이 오늘은 마음에 가득 피워 봄날의 정원이 된 것만 같다. 진한 햇빛과 푸른 하늘 아래 가득 핀 생명력 가득한 꽃과 같은 밤이었다. 비록 밖은 너무 추웠지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