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미루는 것이 아니래요

바쁜 시기가 잠시 지나고 나서 떠오르는 소고

by 관해

기말고사와 인턴 면접이 겹쳐서 지난 한 주가 굉장히 바빴다. 이번 학기 시험이 많지 않은데, 귀신같이 면접 시간과 시험시간까지 겹친 건지 모르겠다. 덕분에 살면서 처음으로 면접 스터디도 구해보고, 3일간 대면으로 면접을 연습하고 왔다. 인턴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이번 인턴을 준비하면서 취업 시장이 정말로 안 좋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것 같다. 내가 이번에 면접을 본 인턴의 서류 지원자는 7800명이다. 겨우 인턴인데 말이다. 거기서 2.5 배수를 고르고, 난생처음 PT 면접과 토론 면접을 경험하고 왔다. 취업시장은 얼어붙어 청년들은 소수의 일자리로 몰리고, 기업들은 뛰어난 인재들을 골라내기 위해 참신하고, 어려운 방식으로 인재를 뽑고 있다. 세상살이가 점점 팍팍해진다는 하나의 증거 아닐까. 이번에 내가 지원한 인턴을 보면 주위 사람들 중 내가 나이가 가장 어린 편이었다. 나도 주위 친구들보다 늦게 취준에 입문했다 생각했는데, 실제 취준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라는 불안감이 싹트기도 했다. 어찌 됐던 면접은 끝났으니, 이제는 다른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모래를 손으로 담아두려고 노력하는 기분이다. 조금의 틈으로 다 흘러내리는 모래를.



면접과 기말고사가 끝난 후, 3일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여행을 간다던가, 친구들과 약속을 미리 잡아둔다던가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 것과 비교되는 꼴이었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다양한 외부 활동을 했고, 지인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주에 적어도 한 두 번은 친구들을 만났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동아리나 외부 활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주위에 남은 사람이 이렇게 적어질 줄 몰랐다. 덕분에 올 한 해의 절반을 보내며, 나를 좀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스터디원들과 토론 연습을 했던 그 과정이, 비즈니스적인 그 만남이 나에게는 다소 재밌게 느껴졌다. 내가 재밌다고 하자 스터디원들은 어이없다는 뉘앙스로 "진짜 대단하시다"라고 했지만.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족함만 더 느끼게 되었다.


집에서 오랜만에 게임도 해보고,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다가, 밥을 먹고, 유튜브를 보고... 그렇게 집에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냈다.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는데, 이처럼 생산성 없이 지내보니 불안감과 자기혐오가 올라왔다. '네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냐', '네가 놀 때 남들은 취업한다'같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노는 것도 놀 줄 아는 사람이 잘 논다고 생각하는데, 난 역시 잘 못 노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어느 유명 강사의 '행복은 나중으로 미루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는 논조의 영상을 보았다. 정확히 내 사고를 때려잡는 내용이었다. 나는 행복을 잘 모른다. 대학 생활 초반은 코로나와 군대로 다녀보지 못했다. 복학 후에는 곧바로 인턴을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 여러 활동에 참여해 왔다. 지금 이렇게 살면 언젠가 행복해질 거라고 믿으면서. 그러나 정말로 믿지는 못했다. 미래에 막연한 불안이 있었기에. '과연 이렇게 살면 나중에 행복해질까?', '남들은 어떻게 행복하게 지내는 거지?' 이런 의문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어떨 때 행복함을 느끼는지 모른 체 지냈다. 그러다 행복에 대한 영상 속에서, 어느 시점이 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승진을 한다고, 결혼을 한다고 사람이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인턴에 합격한다고 행복할까? 잠깐 기쁘겠지만 인턴 = 행복이라고 할 수 없다. 인턴이 안 맞을 수도 있고, 결국 짧은 기간 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지금 당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당장 행복할 방법을 몰라서, 미래에는 행복해지리라 생각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미래가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