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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rious Nov 25. 2024

헤어지고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헤어지고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솔직히 조금 힘들었다. 힘든데 힘든 티를 내지 못하는 것이 특히 그랬다.


어느덧, 만남과 헤어짐이 익숙해진 나이가 되었기에 이전처럼 넋두리를 할 사람도 없었고, 이어가야 할 일상이 있었다. 늘 그렇듯 힘든 것도 익숙해져 갔다.


그러 던 어느 퇴근길, 무작위 스트리밍으로 이어지던 음악 중에 그 사람이 즐겨 듣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사람이 좋아하던 드라마의 OST, 이 따끔 노래방에 갈 때면 어설프게나마 꼭 흥얼거리던 그 노래.


나는 네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자신의 인생작이니 꼭 한 번 보라고 몇 번이나 말해오던 그 사람이었지만, 매번 "응. 나중에"라며 미뤄왔던 그 드라마가 문뜩 궁금해졌다.


출퇴근길, 밥 먹는 시간, 잠자기 전 빈 시간마다 연이어 몇 편씩 보기를 며칠. 오래 지나지 않아 모든 회차를 보았다. 드라마를 끝까지 보기는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재미있었지만, 솔직히, 인생작 정도는 아니었다. "그 사람의 인생작은 나의 인생작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헤어짐을 설명해주지 않나"하고 잠시 생각했다.


핸드폰을 들어, 메신저 앱을 켠다. 대화목록을 주욱 아래로 내리다 보니 아직 지우지 않은 대화방이 남아있다.


'잘 지내?'하고 타이핑을 한다. 스스로도 좀 찌질하다 느끼면서 전송 버튼을 누르려다가, 관둔다.


잘 지낼 수도, 잘 못 지낼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이 궁금하지만, 내가 묻는다고 해서 상대방의 답변이 달라질 리 없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화면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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