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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나오는 오글거리는 몇 몇 장면들과 신파적인 구성은 원작을 따라해야 했거나, 원작의 영향에 의해 타발적으로 만들어지는 부자연스러운 '흉내내기'로 읽혀진다. 여기에 한국영화의 관습적인 감초역할까지 하나 추가하면 통념적인 한국 로맨스 영화의 정석 코스를 완성하게 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한국적 감성으로 다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순간부터 대중영화의 모습을 가져가야만 했던 물리적, 자본적 환경아래 그 생각은 어쩔 수 없이 태생적으로 이러한 평이한 영화의 한계를 갖기 마련일게다. 아니면 원채 이 스토리가 연식이 좀 됬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들을 듣고 자란 우리들에겐 벌써 진부해진걸수도 있고. 본의 아닌 이러한 유리천장을 갖고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었는 요소들은 그래도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게 해주는 힘이 된다. 아쉬운 점들을 말하는 것은 생산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을 말하는 것은 고질적인 한국 영화들의 오랫동안 화자되었던 단점들을 언급하는 것이므로 이쯤으로 할까 한다.
허상의 운명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아직 운명적 사랑에 대해 혹시나 가능할지도 라는 믿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나????" 이런 유치한 생각은 이제 깨끗이 정리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주는 매력은 이런 애틋한 사랑에 대한 불씨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단 점이다. 이 힘은 순전히 영화 후반부에 나타나는 수아(손예진)의 굳건한 의지로부터 나온다. 이 의지는 단순하게 불확실한 미래에 나를 믿고 달려보려는 순진한 돈키호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하나 명확한 것 없는 지금 여기에서 당차고도 확고하게 결정해 버리는 그녀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사랑이 되었든, 꿈이 되었든지 간에 감정적으로 같은 편에 설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현실에서 비슷하기에 동질감과 애처로움의 싱크가 맞아서다.
자신이 꿈 꾸었던 그 경험은 실제가 아닌 허상의 판타지로써, 허구와 실제가 분간이 안되는 수아의 상황 또한 매력적이다. 본래 현실 자체가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별이 안되지 않냐. 마치 돈키호테가 인식한 현실처럼. 여기서 수아의 태도는 자신이 경험한 허상을 믿고 행동하는 용기 있는 모습이다. 허상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함을 실제로 받아들여 이를 운명화 해버리는 모습은 결국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 감흥이 돋는다. 이러한 점이 원작에서 느끼지 못한 이 영화만의 힘이다. (반면에 우진(소지섭)은 나무를 나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는 매우 수동적인 인물로 남는다.아들보다도 더욱)
만나러 가는 발걸음
이 영화에 대한 감흥은 초반부에 기대치를 쫙 빼게 만든 후 뒤에 훅 치는 힘이 숨어 있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실패적이지는 않다. 우리나라 영화계 안에서 멜로, 로맨틱 코메디의 부진에 대한 레퍼런스이자 멸종의 상황을 지연시키는 역할밖에 안된다라는 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서도 리메이크 작을 만든다는 경험으로 보자면 참고할 좋은 작품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어찌보면 원작이 풍미했던 그 칭송의 판타지를 쫒는 허상을 따라, 혹은 그 판티지의 부담을 떠안고 자신의 발걸음을 내딛는 의지로써 박수를 칠 수도 있다. 어쨋든 영화를 고민하고 제작한 스탭과 관계자 사람들의 의지에는 동감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