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웰에이징/웰다잉
이 땅에 태어나 삶을 시작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라면 똑같이 흐르는 시간이자, 끝이라는 죽음일 것이다. 다만 늘 존재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나를 위해 또는 내가 무언가를 위해 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잊어버리기 쉽고, 눈앞에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우리는 죽음을 망각한 채 삶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당연히 눈을 뜨고, 다음 주말에 다시 만나자며 인사하고 헤어지면 당연히 만날 거라고 생각하니까.
죽음.
평소에도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나에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그렇게나 철썩 들어맞는다. 죽음이 내 삶에 피할 수 없는 사유의 대상으로 다가온 것은 지난해 소중한 엄마를 떠나보낸 뒤였으니까.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시간, 매 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죽음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단어들이 있다. 웰니스, 웰에이징, 웰다잉. 요즘 부쩍 자주 보이는 이 말들이 모두 잘(well) 살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방향이 꽤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뭉뚱그려 쓰기보다는 각각의 의미를 짚어보고 싶었다. 이런 키워드들이 자주 언급되는 데는 성장에만 치중되어 있던 우리 사회의 중심이 쉼, 돌봄, 균형으로 전환되는 시기라 그런 탓도 있겠지? 개인적으로 이런 흐름이 너무도 반갑다.
웰니스는 나이를 불문하고 신체, 마음, 정신, 환경들 지금 현재의 나를 잘 돌보는 것, 즉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웰에이징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을 거스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서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의 신체, 마음, 정신, 환경을 돌보는 일에 초점이 있는 듯하다. 과정이다.
반면, 웰다잉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죽음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에 그 중심이 있다.
'죽음을 준비한다'라는 말에서부터 거리감이 확 느껴진다. 내 일이라기보다는 아직 남의 일 같은 느낌이 든다는 말이다.
나는 아직 젊은데 말이야.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비슷하게 느끼는 분이 많을 것 같다. 죽음이란 단어는 알면서도 일부러 멀리 두고 싶은 것이니까. 그러니 자연스레 가장 포괄적인 '웰니스'가 여기저기 많이 등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심스레 든다. (우리는 나이가 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망각하고 싶어하고 웰에이징을 말하지만 여전히 안티에이징을 위해 부단히 힘쓰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이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의 떠밀림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잘(well) 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려다 보니 죽음이라는 단어를 배제할 수가 없더라. deadline이 최고의 영감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뭐든 끝이 있음을 알기에 조금 더 힘을 내볼 수 있고, 최선을 다하게 되며, 후회하지 않으려 혹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없는 호기를 부려보기도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든 언제든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이를 막론하고 끝점에서부터 현재의 삶을 끝 날까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더 자주 고민하고, 나의 삶을 이끌어가는 가치관과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가까운 이들과 나눌 필요가 있겠다. 그것이 언젠가 (천천히 또는 갑자기, 하지만 분명히) 맞닥뜨리게 될 끝, 그것이 불러올 주변인들의 마음의 재난을 보다 건강히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죽는 이들에게도 남은 이들에게도 크나큰 두려움이자 상실이자 아픔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있을까 찾아보았는데, 있다! 이름하여 Death Cafe. 꽤 직관적이다. 비영리/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며 원하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Death Cafe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모임을 열 수도 있고, 가이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조금 더 end-of-life 사이클에 초점을 두고, 마지막 순간에 내가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필요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무료 가이드가 제공이 된다.
https://theconversationproject.org/
아직 형태는 모르겠지만, 죽음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다. 무겁기만 한 자리가 아니라, 끝을 인식함으로써 오늘을 더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당신에게도 이런 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면,
댓글로 마음을 남겨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