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5년 차, 여전히 설렘

천생연분

by 류귀복

나의 심장은 두 가지 상황에서 격하게 뛴다. 첫 번째는 아내를 볼 때이고, 두 번째는 영감이 떠올랐을 때이다. 아내와 글쓰기는 내게 공기나 마찬가지다.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만약 글쓰기에 진심이라면, 아래 글을 읽고 책쓰기에 도전해 보자.



입법이 시급한 사안이 있다. 대한민국 모든 남편이 아내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국경일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유급 휴일과 함께 지원금을 팍팍 지급했으면 좋겠다. 모른 척 넘어가는 남성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면 이행률이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 나아가 군대를 일주일 다시 보낸다고 하면 어기는 사람이 없을 게 분명하다. 이 법이 시행되면 '남편'이란 두 글자 사이에 '의'가 끼어드는 불편한 상황도 줄일 수 있다. 물론 나의 바람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혼을 팔아서 쓴 신간 《태어난 김에, 책쓰기》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선반에 자리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나는 꿈을 꾼다. 꿈은 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내 경우, 작지만 소중한 글로소득이 생기면 전액 아내를 위해 사용한다. 꽃을 구입하고 선물도 산다. 덕분에 거실에 웃음꽃이 피는 날이 늘었다. 꾸준히 책을 쓰다 보니, 소소한 기쁨이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글쓰기는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더러 있다. 가장 먼저 아내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꽃만 챙기면 무사히 통과하던 기념일의 통과 난도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옵션'이었던 편지가 '필수'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책을 쓰는 정성으로 편지를 쓰면 가산점을 받는다. 다음 날은 저녁 반찬이 달라진다. 출간작가 타이틀을 얻은 뒤로는 "아내가 행복해야 가정이 평화롭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념일에는 작은 카드라도 꼭 챙긴다.


작년 10월, 결혼 12주년을 앞두고 이벤트를 준비했다. (아직까지는 나라의 지원이 없으니) 부지런히 용돈을 모았다. 한정된 예산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면 반전이 필요하다. 레터링 서비스는 국경을 초월하여 여심을 자극하는데 효과가 좋다. 달달한 이벤트를 기획하기 위해 적진 네이버에 뛰어들었다. 눈에 불을 켜고 검색을 하니, (금액만 빼고) 기준에 부합한 식당이 나온다. 사진을 보니 공간이 꽤 익숙하다. 한강에 떠 있는 이솔라 레스토랑이다. 뷰도 좋고 맛도 괜찮아서 종종 찾는 장소다. 아내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스페셜 코스를 선택하면 레터링 서비스가 가능하다"라는 사실은 아직 모른다. 그렇다면 합격이다. 특별한 날이니 만큼, 코스 메뉴에 적힌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이제 안다. 낭만은 언제나 현실을 이긴다.



결혼기념일을 무사히 넘길 완벽한 계획 (사진 출처: 이솔라)


레스토랑에 전화하여 절차를 문의하니, 종업원이 "방문 전까지 15글자 이내로 문구를 알려 주시면 됩니다"라는 미션을 부여한다. 작가의 자부심으로 당당히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런. 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원하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 나의 전공은 시가 아니다. 에세이를 즐겨 쓰다 보니 짧게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15글자만 활용하여 아내의 마음을 뒤흔드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3박 4일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고, 다행히 만족스러운 문장을 찾았다. D-0일. 아내와 딸의 손을 잡고 예약한 장소로 이동했다.


한강뷰는 실패가 없다. 계절마다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와인을 한 잔 곁들이며 식사를 즐기다 보니, 아내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분위기를 중시하는 초딩 류서아도 기분이 들떠 보인다. 두둥! 드디어 대망의 이벤트 시간이 되었다. "디저트 준비할까요?"라는 직원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사진에서 본 대로) 하얗고 예쁜 접시에 준비한 문장이 적혀 나오면 게임은 끝이다. 자신감이 한도를 초과하여 양 어깨가 2cm 정도 위로 올라갔다. 아내의 눈에서 감동의 눈물이 뚝떨어질 거라 확신하며, 센스 있는 남편답게 얼른 냅킨의 위치를 파악했다.


삶은 늘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잠시 후 예상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디저트를 들고 오는 직원을 보자마자 나는 온몸이 굳었다. 접시가 테이블에 놓임과 동시에 아내의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렸다. 갑자기 분위기가 환갑잔치(?)로 변했기 때문이다. 강호동 얼굴보다 큰 접시에 고딕체로 딱딱하게 적힌 문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최수종과 션에게 질투를 받는 사랑꾼이 되겠다"라는 야심 찬 계획은 산산이 부서져서 허공으로 흩어졌다. 힘겹게 완성한 문장은 아내에게 감동 대신 웃음만 남겼다.



주방에 접시가 부족했던 걸까요? 도마(?)가 나왔네요ㅜㅜ


돌이켜보면, 레스토랑은 합격이었지만 셰프의 센스가 함량 미달이었다. 출간도 이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출판사도 중요하지만 편집자를 잘 만나야 만족스러운 책이 나온다. 작품의 의도와 다른 편집은 모든 것을 뒤바꾼다. 고로, 작가가 본인의 원고를 빛내 줄 편집자를 만난다는 건 크나큰 복이 분명하다. 나는 이름에 '복'이 들어가서일까? 다행히 그 복을 받았다.



◇ YES24 펀딩(그래제본소) 링크



신간 《태어난 김에, 책쓰기》는 송현옥 편집장의 손길을 거쳐 매력적인 앞태와 옆태, 그리고 뒤태까지 얻었다. 물론 내실도 탄탄하다. 여러분도 천생연분이나 다름없는 편집자를 만나길 원한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다.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 링크를 클릭하여 책을 구매해서 읽으면, 출간이 확 앞당겨진다. 적당한 때에 '쿵' 하면 '짝'인 편집자를 만나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날이 곧 오길 기대하며, 희망이 가득한 작가소개를 추천한다.


"브런치 N년 차, 여전히 설렘."


글쓰기가 출간계약으로 이어져 설렘이 환희로 바뀌는 순간을 꼭 맞이하길 바란다. 경험해 보니, 브런치는 무명작가의 출간을 돕는다. 한 번뿐인 인생, 책을 한번 써보자.




PS. 《태어난 김에, 책쓰기》는 예스펀딩에 선정되어 YES24에서 우선 판매를 시작합니다. 굿즈로 준비한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신상 날개'가 조기 품절될 수 있으니, 늦지 않게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