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될 관상

자녀를 잘 되게 하는 법

by 류귀복

관상은 과학이다. 나는 얼굴만 보면 이 사람이 작가가 될 인물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판단하기까지 3초면 충분하다. YES24 펀딩을 기념하며 단돈 17,010원, 저렴한 복채(?)로 여러 명에게 재능을 기부했다. 그중 3명을 추려서 사연을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초등학생 때부터 인연을 이어온 모기업 회계팀장이다. 젝스키스를 좋아하는 40대 남성은 글자보다 숫자에 익숙하고, 술만 마시면 한결같이 노래방을 외치지만, 이마에 '작가'라는 두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다(믿지 못하겠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태어난 김에, 책쓰기》 펀딩을 진행하면서 동창에게 카톡을 보냈다.



류귀복: 우리 호석이 관상이 딱 작가네! 얼른 사서 읽고 데뷔하자!! (펀딩 링크 투척)
이호석: 이야~ 또 출간했나 보네ㅎㅎ 축하해! 이번에도 대박 나기를!!



잠시 후 구매 인증 사진과 함께 "주문 완료! 다음 주에 온다네~"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반가운 문장을 확인하니, 30년 넘게 친구였던 호석이를 갑자기 "형!"이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두 번째 주인공은 20여 년 전, 운전병으로 군 복무를 함께한 꽃미남이다. 귀티가 좔좔 흐르는 조윤호는 오뚝한 코에서 작가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류귀복: 우리 윤호는 잘생긴 게 딱 작가가 될 상이야! (펀딩 링크 투척) 경제가 어렵지만 한 권 사서 읽어 보면 좋을 거 같아:)
조윤호: 멘트가 좀 구린데?ㅋㅋㅋㅋ
류귀복: 구리게 봐줘서 고마워ㅎㅎ
조윤호: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구매해서 볼게ㅋ



잠시 후 인증 사진과 함께 도착한 "펀딩 완료!!"라는 네 글자를 보니, 민방위까지 마친 민간인 조윤호에게 거수경례를 하며 "충성!"을 크게 외치고 싶어진다.

마지막 주인공은 부산에 거주한다. 수도권에서 살다가 남쪽으로 내려가 가정을 꾸린 남성이다. 대학 내내 술과 당구, 과제와 공부를 함께하며 붙어있었지만, 자식 낳고 살다 보니 얼굴 보기가 힘들다. 출간을 핑계 삼아 안부를 전했다.



류귀복: 영식이 이제 보니 관상이 딱 작가다!!(펀딩 링크 투척) 이 책 읽고 후다닥 데뷔하자!!
지영식: 뭐여 형 또 책 냈어?ㅋㅋ 이번 건 내가 사서 볼게ㅋ 세 권이나 냈다는데 한 권 사줘야지. 근데 제목이 딱 잘 팔릴 거 같네. 내가 촉이 좀 좋잖아??



옛말이 다 맞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두드리니 굳게 닫힌 문이 활짝 열린다. 구매 약속과 더불어 희망 가득한 메시지를 확인하니, 책을 안 사고 두 해를 버틴 동생에게 쌓인 원망이 순식간에 싹 녹는다. 비독서인의 촉을 응원하며 "아멘!"을 크게 외친다.

지인들에게 생존 신고를 빌미로 신간을 강매(?)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책은 역시 제목이 중요하다. 《태어난 김에, 책쓰기》는 나의 세 번째 분신이지만, 인맥을 동원한 판매가 예상외로 쉽다. (이 글을 읽으며 '이게 쉽다고?'라고 생각하겠지만, 200퍼센트 분명한 사실이다. 책 파는 게 정말 어렵다ㅜㅜ) 고백하자면, 나는 영식이의 촉을 믿지 않는다. 아내의 감을 믿을 뿐이다. "자기야, 오빠가 베스트셀러 작가 돼서 까르띠에 팔찌 사줄게"라고 외치면, 무심한 눈빛으로 "그냥 즐겁게 써!"라고 답하던 배우자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은은한 기대감을 내비치며 만병통치약(?)을 검색한다.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내가 "자기야, 팔찌는 어려울 거 같고, 불가리에서 아기 뱀이 새로 나왔대. 뱀을 끼고 있으면 자식이 잘 된대"라고 말하며 새로 나온 미니 뱀 목걸이를 보여준다. 귀가 얇은 남편은 "서아가 잘 된다고? 그럼 무조건 사야겠네!"라고 호응하며 영롱한 뱀의 자태를 확인한다. 아내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이 제품의 최고 장점은 이 가격보다 싸게 산 사람이 없다는 점 이래"라고 덧붙이며 신상의 강점을 부각한다. 나는 "오~! 오~!" 감탄을 연발하며 가격을 물었고, 아내의 답을 듣자마자 눈이 두 배 더 커졌다. (가까운 듯 먼 곳에서 나를 간절히 기다리는) 까르띠에 팔찌보다 3분의 1이나 저렴하다. 이 정도면 인세로 도전해 볼 만한 수준이다. 계약금으로 뱀의 꼬리는 장만했으니, 머리와 몸통만 완성하면 된다. 부담이 적다.



사진 출처: 불가리 홈페이지


《태어난 김에, 책쓰기》가 '자기계발 top20 1주(YES24)' 오르니 아내가 열정을 보인다.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더니 "뱀 모양 반지도 있는데, 목걸이가 더 낫겠지?"라고 물으며 분위기를 돋운다. 은근슬쩍 뱀 머리에 다이아가 박힌 고가 제품도 검색한다. 남편의 글로소득으로 아이의 미래를 밝히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여러모로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아내에게 교육(?)을 받고 나니, 나도 이제 명확히 알겠다. 불가리에서 판매하는 액세서리는 사치품이 아니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사랑이다. 불가리가 명품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무한한 가치를 감안하면 가격도 꽤나 합리적이다. 미니 뱀의 경우, 책이 3쇄를 찍으면 입양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단 하나, 아내 목에 뱀을 걸어주는 상상을 하며 상반기 목표를 3쇄로 정했다.


이쯤 되니 독자 여러분도 본인이 과연 작가가 될 상인지 궁금할 거라 예상한다. (서두에서 증명한 대로 관상에 능한) 나는 여러분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답을 할 수 있다. 《태어난 김에, 책쓰기》를 손에 쥔 사람은 무조건 작가가 될 상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책을 열심히 읽고, 원고를 쓰고, 될 때까지 투고해 보자.


"관상은 과학이고, 출간은 과한 노력이 만든다."


인세를 받아 불가리 매장으로 달려가는 그날까지 끝까지 써보자. 당신의 '글'이 '금'이 되길 바란다.




PS. 혹시나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듯하여 밝힌다. 까르띠에 팔찌의 벽이 높아서 포기한 게 아니다.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이 이겼을 뿐이다. 우선 불가리부터 사고, 까르띠에 팔찌를 위해 다음 책으로 《태어난 김에, 애처가》를 준비해야겠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