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작가의 첫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는 출간 당일 베스트셀러 인정을 받는다.
모든 게 다 브런치 작가님들 덕분이다. 감사의 의미로 그 과정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당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으니 꼭 집중해서 읽기를 바란다. 마지막에는 작은 선물도 마련되어 있다. 기대해도 좋다.
천재작가는 온라인 서점 입고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가장 먼저 초중고 동창들이 있는 단톡방에 수줍은 첫 고백을 전한다.
"친구들아~! 서점에 달려갈 시간이야^^"
평소와는 다르게 다정하게 문장을 남긴다. "와우~! 빨리 다녀올게! ㅊㅋㅊㅋ"라는 답변을 기대하지만 3분이 지나도록 톡방이 고요하다. 어라? 이 반응은 뭐지? 속은 상하지만 오늘은 내가 을이다. 급히 태세를 전환한다. "너희들에게 사인해서 선물할 책은 내가 미리 샀어. 선물용으로 한 권씩만 구입해 줘^^"라고 사정을 해본다. 메시지 앞에 적힌 숫자 7이 3이 되었지만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당황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가슴은 머리와는 또 다르다. 속상함이 스멀스멀 몰려온다. 국산인 줄 알고 구입한 제품이 중국산임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한 배신감을 느끼려는 찰나, 축하 인사 대신 사진 한 장이 떡하니 올라온다. '이건 뭐지?' 하며 자세히 들여다본다. 내용을 확인하고 나니, 축 처져있던 입꼬리가 0.03초 만에 위로 쑤욱 올라간다.
"유후~! 반가운 구매 인증 사진이다."
구매자는 '왕자'라는 별명답게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이 경우에는 칭찬받아 마땅한 행위다. 감동이라고? 감격에 젖기에는 아직 이르다. 적힌 구매 수량을 알고 나면 감동이 더해진다. 숫자가 '1'이 아니고 '4'다. 친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뜻 4권을 구입해서 인증을 올린 것이다. 이 친구가 바로 출간된 책 중 '청첩장'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KTX를 타고 온 주인공이다. 멋진 역할을 혼자 도맡아 한다. 이어서 개굴, 깜댕, 돼지, 냄새 등의 별명을 가진 나머지 친구들이 줄줄이 인증을 남긴다. 흑흑. 인생 그래도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예약판매 기간 동안 기꺼이 지갑을 열어준 지인들 덕분에 천재작가는 홍보에 뛰어들 용기를 얻는다.
"그로부터 이틀 뒤, 본격적인 홍보와의 전쟁이 시작을 알린다."
정식 출간일에 맞춰 가장 먼저 브런치에 소식을 전한다. "저 책 출간했어요. 사 주세요" 하고 올리는 건 작가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다. 미리 준비한 <23. 천재작가, 수포자의 행복(feat. 출간 소식)>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넌지시 홍보를 병행한다. 자존심은 150번의 원고 투고 과정에서 이미 다 버려서 없다. 이제 남은 건 오직 손가락 지문뿐이다. 스마트폰 지문 인식이 안 될 때까지 부지런히 주변에 소식을 전하고 또 전한다. 마음이 급해 식사도 거른다. 노력이 가상해서일까? 다음 날 정오, 천재작가는 네이버로부터 큰 선물을 하나 받는다.
첫 베스트셀러 등극
파란색 상자 속에 하얀색으로 적힌 다섯 글자를 확인한 순간, 우주가 오랜만에 나를 위해 잠시 멈춘다. "삐~~~~" 눈물샘은 고장이라도 난 듯 격하게 가동을 시작하고, 그룹 '오장육부'의 리더 심장은 센터에서 화려하게 춤을 춘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세리머니를 멈추려 노력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점심시간, 차가운 야외 벤치에 앉아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다음 날에는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시/에세이 72위'에 오른다."
기적이 계속 이어진다. 브런치 덕분이다. 지인 효과는 이미 이틀 전에 끝났다. 그렇다면 브런치 작가님들의 지원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교보문고 일 판매 순위가 30위 권에서 4일을 머물다가 130위로 급격히 하락한 뒤, 다시 100위 권 내로 재진입한다.
"정식 출간 3일 만에 결국 '네이버'와 '다음'의 인정을 받는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서 책 제목을 검색하면 '베스트셀러'가 함께 표시되어 나온다. 심지어 "지잉~ 지잉~" 하며 카톡이 계속 울린다. "00 도서관은 이미 희망도서 신청이 되어 있는데?"라는 연락을 수시로 받는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쯤 되니 브런치 작가님들이 의리파인 게 확실해진다. 인적성 검사도 없이 인성이 뛰어난 작가님들을 발굴해 낸 다음카카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짝!
"출간 이후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시/에세이 순위가 점점 높아진다."
1일 차: 562위
2일 차: 175위
3일 차: 111위
4일 차: 72위
5일 차: 68위
6일 차: 63위
7일 차: 57위
무명작가에게는 자타공인 기적이나 다름없는 성과가 분명하다. 유통 중인 수만 권 에세이 중에 내 책이 57위라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브런치 작가님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이 글은 7일 차에 쓰는 중이라 기록은 여기까지다. 그룹 지오디가 하늘색 풍선 노래를 세상에 남긴 것처럼, 천재작가 역시 파란색 상자를 쭈욱 갖고 싶다. 하지만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처럼 하늘이 계속 도와준다면 고맙겠지만 아니라도 상관없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하면 출간이 가능하듯, 중쇄도 마찬가지다. 무명작가에게 중쇄는 출간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늘 그렇듯 천재작가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희망을 전하고 싶다. 중쇄의 기적을 일으키길 바라며, "중쇄, 내가 반드시 기어서라도 간다. 곧 만나자"라는 다짐을 한다.
"꿈만 같은 일주일이다."
브런치의 기적을 선사해 준 작가님들께 작은 보답을 하고자 한다. 하단에 천재작가가 쓴 원고 투고 메일 본문을 공개하니 참고해서 후일을 준비하길 바란다. 당연히 책을 읽으신 분들께는 더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원고 내용을 알고 읽어야 "아~ 이런 식으로 쓰면 되는구나"라는 영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도 기회는 충분하다. 미리보기 링크를 남기니 32페이지라도 우선 읽어보자. 읽는 동안 당신의 구매욕이 꿈틀거리길 바랄 뿐이다. 출판시장이 살아나야 예비작가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늘어남을 명심하고, 마음과 함께 지갑을 활짝 열어도 좋다.
※ 원고 투고 메일 전문
제목: [원고 투고] 호모 해피니쿠스, 출간 문의드립니다. 첨부파일: 호모 해피니쿠스, 류귀복.hwp
지성사 편집자님, 안녕하세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는 류귀복입니다.
<호모 해피니쿠스> 이 글은 재미있고, 잘 읽힙니다. 일 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동료들마저 '키득키득'거리며 빠져들어 읽습니다. 책을 남자 보듯 멀리하는 35살 미혼 여동생은 팬이 되어 애타게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가위바위보에서 '비겼다'라는 표현을 '같이 이겼다'라고 해석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적었습니다. 편집자님의 손길을 거쳐 현관문을 들어선 후 TV 리모컨보다 먼저 찾게 되는 '재미와 위로를 전하는 책'으로 출간되길 소망합니다.
출판 기획안을 포함한 원고를 첨부드리니 검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류귀복 드림 010-XXXX-XXXX
# 작가의 말
그나저나 에피소드를 읽은 아내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은가? 내 예상이 맞았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다. 수차례 읽었던 내용임에도 종이의 질감이 더해지니 아내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진다. 사적인 얘기 아니냐고? 당신은 아직 천재작가를 잘 모르는 게 분명하다. 천재작가는 모든 글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누군가는 메타 서술이라는 어려운(?) 표현을 쓰는 바로 그 방식이다. 에피소드 마저 독자에게 선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공들여 준비했다. 구매도 좋고 대여도 좋으니 꼭 한 번 읽어 봐 주었으면 한다.
"아니 작가님! 읽고 나니 너무 좋아서 주변에 추천하는 중이시라고요?"
당신은 날개 없는 천사가 분명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정성껏 모은 150개의 투고 연락처를 지우지 않고 보관 중이다. 원고 투고 전에 제안하기를 통해 메일을 보내면 즐겁게 전달할 것을 약속한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에는 '불량 해마'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 글이 이 약속을 보증한다. 부디 열심히 써서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 쓴 에피소드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순간을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