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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귀복 Nov 06. 2024

단 한 명의 독자가 책을 만든다

난생처음 추천사


출간을 꿈꾸는 예비작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독자의 범위를 넓게 잡고 좁혀가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내 글은 누가 읽어도 재미있지"라는 자부심은 자만이다. 그런 글은 '한강 작가'도 못 쓴다. 중2 남학생이 여자 친구에게 쓴 연애편지를 엄마가 몰래 읽었을 때 "어이구, 놀고 있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출판사 투고도 마찬가지다. 묻지마식 막무가내 투고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작가와 결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서 한 군데 한 군데 정성으로 접근하는 게 정답에 더 가깝다.

필자에게는 아픈 경험이 있다. 첫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는 무려 150번의 투고 과정을 거쳤다. 겸손이 잠시 집을 나갔던 때라 수신인의 이름만 바꿔서 동일한 메일을 반복해서 발송했다. 덕분에 6개월간 흰머리만 잔뜩 늘었다. 반면, 집필 중인 두 번째 책은 단 한 번의 연락으로 출간 계약에 성공했다. 투고를 결심하고 노트북 전원을 켠 후 정확히 54시간 만에 "작가님, 우리 같이 해보아요"라는 긍정 회신을 받았다. 원고도 없는 무명작가의 황당한 제안을 출판사는 무슨 생각으로 받아들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독자가 책을 만든다."

출간을 꿈꾼다면 위 문장을 가슴에 꼭 새기길 바란다. 편집자 한 명의 마음도 훔치지 못하는 작가가 수천 명, 수만 명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기는 힘들다. 고로, 한 사람의 독자를 머릿속에 그리며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꼰대식 마인드가 아니라 일대일 족집게 과외 형식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요알못 주부를 위한 초간단 요리법', '직장 생활이 버거운 사회 초년생을 위한 처신술' 등 틈새시장은 반드시 존재한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소재로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눈 밝은 출판인을 만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진.

출판시장이 어렵다 보니 투고로 책을 내기도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제는 예비작가들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필자는 책에서 답을 찾는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게 중요함을 설명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세 글자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상대가 느끼는 나의 호감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이를 투고에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원고를 투고하고자 하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투고 메일 작성 시 판권 면에 적힌 담당 편집자의 이름을 언급하고, 구체적인 칭찬으로 관심을 끄는 게 핵심이다. 이후 본론으로 들어가면 메일이 즉시 휴지통으로 사라지는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 더 나아가 출판사에서 당신의 원고를 집중해서 검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억에 잘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에 꼭 실천하길 바란다.




사람은 다 똑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집필 준비로 매우 바쁜 와중에 '기타 목적'의 제안 메일을 하나 받았다. 출간하는 책의 추천사를 부탁하는 글이었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거절이 당연했지만, 첫 문장을 읽자마자 '무조건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끝까지 읽었다. 작가의 허락을 득하여 메일 본문을 첨부한다.


안녕하세요, 류귀복 작가님.
저는 브런치 작가 살랑하늘이라고 합니다.

일전에 제가 출간 고민을 할 때 유페이퍼 사이트를 알려주셨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 후 투고를 통해 기획 출판을 하게 되었고, 지금 열심히 작업 중에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된 이유는 작가님께 혹시 추천사를 부탁드려도 될까 싶어서입니다.
제가 작가님 글들을 워낙 재밌게 읽어서, 다음 책 집필에 바쁘신 걸 알면서도 이렇게 부탁드려 봅니다.
제 책은 예민한 부부의 연애, 사랑 이야기이고, 연애심리학 장르에 속하기도 합니다. 추천사는 4-5개 문장 이내의 짧은 분량이어도 괜찮고요.

혹시 가능하실까요? 안 되더라도 일단 도전은 해봐야 할 것 같아 염치불구하고 제안하기를 눌렀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배승아 드림


배승아 작가가 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분신과도 같은 내 글을 칭찬하지 않았다면, 현재 바쁜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글을 남기지 않았다면, 집필을 중단하고 일주일을 온전히 추천사에 매달리는 일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부업 작가인 내 마음도 이러한데, 책을 만드는 게 주업인 출판인들은 어떨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배승아 작가는 내 마음을 움직여 추천사를 얻어냈고, 나는 출판사 편집장의 마음을 움직여 출간 계약에 성공했다. 이처럼 한 사람을 위한 진심 어린 글은 원하는 것을 얻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추 시인의 <꽃>이라는 시처럼 당신이 투고 메일에서 편집자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편집자의 얼굴이 꽃이 되어 출판계약서를 내밀기를 기대한다. 2025년 날씨 좋은 어느 날, 눈 밝은 출판인을 만나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남기며 꽃처럼 예쁜 미소를 보일 'OOO 작가님'의 모습을 상상하며 본문을 마친다.





브런치 작가들의 출간 소식은 늘 반갑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 브런치 작가들이 투고할 때 플러스알파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승아 작가의 신간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연애 심리학>의 교보문고 미리보기 링크를 남긴다. 작가의 출간기는 하단 브런치 링크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


♧ 교보문고 미리보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10680


♧ 살랑하늘 작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brunchbook/hspbbyu




※ 류작가의 근황 --------------------


작가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A4 130페이지 분량의 초고를 어제 막 완성했습니다. 브런치 글 발행을 잠시 쉬며 집필에 집중한 덕분에 진행이 빨랐습니다. 이제는 에필로그만이 남았네요. 12월 말까지 열심히 퇴고를 거듭하여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응원해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쌀쌀한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기쁨'이 늘 '슬픔'을 이기는 행복한 11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조만간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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