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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일 Mar 24. 2024

조조 래빗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 2020년 2월에 기고했던 글 입니다.


<조조 래빗>의 배경은 2차 대전 당시 독일이지만 전쟁 영화가 아니다. <조조 래빗>은 ‘성장 영화’이다. ‘성장 (Coming-of-age)’ 영화라 함은 (주로) 소년소녀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영화를 의미하고 하나의 장르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럴듯한 정의이지만 대표적인 영화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성장’, 즉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영화 <브랙퍼스트 클럽>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장영화이다.


‘어른’이란 단어의 뉘앙스는 부정적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나쁜 짓은 어른들이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결국 어른이 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듯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이다. 피할 수 없다면 좋은 어른이 되어야 하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선 정신적 성장도 중요하다. <조조 래빗>은 순수하지만 무지했던 한 아이가 성숙한 어른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성장 영화이다. 


<조조 래빗>에서 히틀러 역으로 출연한 ‘타이카 와이티티’는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독일의 한 마을에 사는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허약한 소년이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그의 욕망은 늘 놀림을 받는 것으로 끝난다. 외톨이인 조조가 의지하는 유일한 사람은 ‘상상 속 친구(imaginary friend)’인 히틀러뿐이다. 히틀러는 조조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제공하고, 조조가 내려야 하는 모든 의사결정에 조언을 해 준다.


조조는 상상 속 친구인 히틀러 덕택에 나치가 만들어 놓은 방식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소년이 되고 있었다. 당시 나치는 국민들에게 유대인은 악의 근원이고 유대인을 죽이는 것은 선을 실현하는 것이라 가르쳤다. 나치가 만들어 놓은 유대인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의문도 제기할 수 없었고 유대인을 도와주는 사람은 재판도 없이 처형되었다. 이처럼 나치가 유대인을 혐오하도록 부축인 이유, 전쟁을 하기 위해 내부 단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공동의 적이 생길 때 국민들은 단결한다. 맹목적인 미움은 이성으로 통제되지 않는다. 지도자의 욕망을 위해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 나치는 나쁜 어른이었고 그 주동자인 히틀러야말로 모든 악의 근원이었다. 



하지만 조조는 세상의 부당함을 깨닫기엔 너무 어린 아이였다. 조조에게 히틀러란 친구이자 영웅이자 아이돌 스타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조는 유대인 소녀인 엘사(토마신 맥켄지)를 만난다. 처음엔 적대적이었던 조조와 엘사는 친구가 되고, 조조는 엘사에게 공감하면서 자신이 믿고 있던 세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어느 시대든 공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국가가 지속되는 한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만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야 하고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그런 만남을 통해서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세계가 넓혀질 수 있다. 아이들은 순수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남에게 감정 이입할 수 있고 남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어른이다.  


영화의 마지막, 조조는 엘사의 시선에 완벽하게 공감한다. 수많은 아픔을 겪은 조조가 어른들보다 더 어른처럼 성장한 이유는 여태껏 믿고 있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줄도 알게 되었고, 아픔을 겪은 남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상 속 친구인 히틀러까지도 떠나 보낸 조조는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결국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바른 성장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조조 래빗>은 두고두고 기억날 성장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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