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너무나도 아까운...
영화 <1승>은 송강호 이름만 가지고도 관객수 100만은 넘을 것이라 예상했던 기대작이었지만 32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극장에서 퇴출되었다. 아깝다. <1승>은 이 정도의 큰 실패를 하기에는 억울할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이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했어야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배구" 영화로서 <1승>은 훌륭하다. 스포츠 영화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인 실수는 해당 스포츠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에게 마치 그 스포츠의 대가라고 우기며 연기하라는 것인데 <1승>은 그 실수를 하지 않았다. 실제 선출들이 포함되어 있는 여성 연기자들의 배구 선수 연기는 훌륭하다. 진짜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여자 배구가 영화화 되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장면들을 박진감 넘치게 보여준다. 코트 내에 들어와 경기장을 휘젓는 카메라는 영화에 박진감을 더한다.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인 긴 랠리 장면은 (과장을 좀 보태 말하자면) '살인의 추억'의 원테이크 장면과 비교될 수 있는, 우리 나라 영화 촬영, 혹은 편집 역사에 남을 정도의 훌륭한 원 테이크 신이다. (물론 원 테이크처럼 보이는 장면일 뿐 진짜 원 테이크는 아니다.) 이처럼 <1승>은 배구 영화로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을 성취해 낸 영화이다. 유튜브에서 1승의 쇼츠만 본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배구 경기 장면들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수들 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재미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송강호와 박정민의 티키타카는 거의 매번 웃음을 주는데 성공한다. 푼수 연기 장인이 되어버린 장윤주도 자신의 몫을 잘 해냈다. 간간히 등장하는 스타 카메오들도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 한유미를 보고 있자면 이 기회에 전업 배우로 데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1승>은 코메디 장르를 표방한 <히트맨2>보다 더 많은 횟수로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무엇이 문제였기에 관객들에게 외면받았을까? 매우 이상한 송강호 캐릭터의 설정, 그리고 그다지 억울해 보이지 않는 그의 오랜 욕망,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핑크 스톰의 사전 갈등들은 큰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시나리오의 수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너무 아쉽다. 아마도 시나리오를 과신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조차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제목이었다. "1승". 1승은 너무 쉬운 목표이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한 번 정도는 우연히라도 이길 수 있는 것이 프로 스포츠이다. 1승조차 못하고 전패하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든 목표일 것이다. 관객들이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너무 쉬운 목표를 설정해 놓고 마지막에 감동하기를 바라다니 너무 관객의 기대치를 우습게 본 것이다. 관객들을 몰입시키고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도저히 달성하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들이 해 냈다고 관객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관객들도 마지막에 선수들과 함께 기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 과정이 자신 없었기에 1승이라는 아주 작은 목표를 세우고 오로지 그것만 이루게 했으니 영화가 힘이 없어진 것이다. 마지막 1승을 한 선수들은 환호하지만 관객은 허탈하다.
영화 1승은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높은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1승을 해야한다는 시시한 미션 때문에 묻혀버린 것이 아까운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어쩌면 1승이라는 제목을 짓는 순간부터 이 영화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