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쿠시, 서프라이즈 스타 탄생
김연경 팬들의 대다수는 배구선수 김연경의 팬이 아니라 스타 김연경의 팬이다. 김연경이 은퇴해도 김연경의 팬들은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김연경이 은퇴하면 여자 배구는 김연경의 팬만큼 팬을 잃는다. 김연경의 은퇴가 우리 나라 여자 배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이유이다. 하지만 배구 팬들은 배구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는 팬이 증가했다. 그 중심에는 분명 "신인감독 김연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는 "언더독"의 이야기를 좋한다. 무명의 언더독들이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호모 사피엔스들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거의 모든 스포츠 영화의 스토리가 '언더독'의 승리이다. 이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린 "신인감독 김연경"은 올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
우리는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면서 선수 김연경이 아닌 감독 김연경에게 열광했다. 필터링 되지 않은 승리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또다른 서프라이즈 스타를 탄생시켰다. 몽골에서 온 소녀 '인쿠시'이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인쿠시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인쿠시는 한국말도 잘 못알아듣고 늘 실수하여 김연경에게 야단을 맞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연습을 하고, 매일 일기를 쓰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많은 시정차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열정이 폭발하는 사람이 늘 정상에 먼저 오르기 마련이다. 김연경이 그랬다. 하지만 모두가 폭발적으로 열정적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조용한 열정을 가슴에 간직하기도 한다. 인쿠시는 조용한 열정을 가지고 조금씩 성장하던 사람이다. 인쿠시와 김연경의 투 샷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이 두 사람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BTS의 찐팬들만이 기억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American Hustle Life"이다. 영어도 할 줄 모르는 한국에서 온 신인 보이그룹이 미국에서 힙합을 배운다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초기 시청자들은 지금 BTS를 떠날 수 없는 찐팬 중에 찐팬이 되어 있다. 언더독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해온 시간과 감정은 다른 보이그룹으로는 대체될 수 없다.
늘 김연경에게 눈물이 쏙 뽑히도록 야단만 맞던 인쿠시에게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김연경보다는 인쿠시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했을 때부터 빛나며 은퇴할 때까지 MVP를 수상한 김연경이란 사람은 선망의 대상일 순 있었도 감정이입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내가 감정을 이입하기엔 너무나 압도적이다. 하지만 인쿠시는 다르다. 늘 실수하고 야단맞는 모습이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런 그녀가 성장하여 어느덧 팀의 중심이 된다. 그녀가 득점을 할 때 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배구선수의 팬이 아닌, 인쿠시의 팬이 되어 버리고 그녀의 모든 행동을 지지하게 된다.
그런 인쿠시가 진짜 국내 프로리그에 데뷔를 했다. 놀라운 일이다. 지난 새해 첫경기에는 엄청난 활약을 해서 리그 1위팀이었던 도로공사를 상대로 승리하는데 기여했다. 이제 어리버리가 아니라 김연경을 제자인 괴물로 성장하고 있다.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인쿠시의 성장을 바라보던 팬들은 이제 인쿠시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의 팬들이 배구팬으로 유입되고 잇다. 몽골에서 온 이 소녀는 점점 입소문을 타며 "김연경의 제자"라는 타이틀로 새로운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쿠시의 승리가 나의 승리가 되는 것 같다. 김연경이 은퇴원년 인 올해 한국 여자배구의 인기는 이 몽골소녀의 활약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